‘반부패의 상징’ 이지문씨 “세월호 등 부패 가득했던 한해”
‘반부패의 상징’ 이지문씨 “세월호 등 부패 가득했던 한해”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12.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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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막기 위해 ‘내부 고발자’ 키워야”
▲ 이지문 씨

“올 한 해 우리나라에서 ‘부패’를 논하려면 세월호 참사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내부 고발이 제때 이뤄졌고 우리가 여기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죠.”

‘반부패의 상징’이 된 공익 활동가 이지문(45) 씨는 ‘세계 반부패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현역 중위 신분이던 지난 1992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군 부재자투표의 부정행위를 고발해 ‘60만 국군’의 비밀투표 보장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이 양심선언으로 군에서 파면되고 이등병으로 불명예 제대했지만 이후 시민단체 ‘공익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을 설립하는 등 공익제보·내부고발자를 상담·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씨는 우리나라가 국제투명성기구(TI)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문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을 심각하게 인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최근 발표한 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5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를 차지했다.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된다.

이 씨는 “원자력마피아, 해피아, 철피아 등 각종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나”라며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는 부패로 가득한 한 해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제투명성기구의 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른 국가들은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고위층에 잘 뿌리 내렸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철한 신고 정신’과 ‘바른 양심’으로 대표되는 국민성도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 씨는 시대가 바뀌면서 부패의 수준과 성격이 점차 변하고 있다며 이를 없애는 방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패 척결을 위한 우선 과제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청렴 교육과 처벌 강화를 들었다.

또한 “고위 공직자나 기관장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고 부하 직원들에게 이를 전파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같은 금액의 뇌물을 받았더라도 1급 공무원과 9급 공무원의 책임 정도가 다른 만큼 처벌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패가 점차 조직화하고 은밀해지는 만큼 ‘내부고발자’를 키워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위험을 무릅쓴 이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고 신변 보호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제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다른 내부고발자들과 힘을 모아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를 세운 그는 앞으로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어 신고가 처리되는 과정을 감시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씨는 “우리 같은 단체가 없어져야 좋은 사회인데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부패는 결국 누군가에게 불의로 돌아오는 만큼 연고주의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투명한 사회를 위해 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오규정 기자 ok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