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경남지사 산행회동 '절반의 화합'
부산시장·경남지사 산행회동 '절반의 화합'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4.12.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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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하계 올림픽 공동유치 합의…신공항·물 문제는 설전

▲ 서병수 부산시장(오른쪽)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부산시 해운대구 장산에서 함께 등산을 하기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병수 부산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6일 양대 시도의 부시장·부지사 등 2급 이상 간부와 행정국장 등이 동행한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장산'올랐다.

이날 회동은 마음을 터놓고 인접한 양 시·도가 갈등을 빚는 현안을 논의해 협력 방안을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6일 오전 10시30분께 해운대 대천공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등산로 입구에는 '홍 지사 방문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서 시장은 등산로 중간에 있는 폭포사와 애국지사 강근호 선생의 집으로 안내하는 등 손님인 홍 지사를 환대했다.

덕분에 2028년 하계 올림픽을 부산시와 경남도가 함께 유치하자는 서 시장의 제안에 홍 지사는 흔쾌히 수락했고, 두 사람은 울산시에도 공동 유치를 제안하자고 합의했다.

또 홍 지사는 "부산, 울산, 경남은 물론 대구, 경북이 장점을 살려 힘을 합치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제구역을 만들 수 있다"면서 "서 시장을 모시고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 시장은 "홍 지사와 양 시·도가 얽힌 문제를 풀고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신공항 입지와 경남 진주 남강댐 물을 부산에도 공급하는 광역상수도 사업 등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두 사람의 표정은 급격히 굳었다.

나란히 걷던 한 등산객이 공항을 거론하자 홍 지사는 정색하며 "비행장은 국가 일이기 때문에 나는 왈가왈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서 시장은 작심한 듯 "비행장 건설에 국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역량 있는 자치단체가 민자를 유치해 계획을 올리면 도와줘야 하는데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흐지부지하고 있어 못마땅하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이어 "부산은 지역 이익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위해 반드시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이제 국제 공인기관의 판단에 따라 정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지사는 "정작 신공항 당사자인 경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국민의 도리도, 정치인의 도리도 아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또 "내 지역이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은 사실상 신공항을 포기하는 것인 만큼 대구, 경북은 물론 부산도 신공항 유치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설전은 20여 분간 계속됐고, 중간에 서 시장이 농담조로 "여기는 부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광역상수도 문제에 대해서도 서 시장은 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협력 방안이 논의되지 않겠느냐"면서 우회적으로 홍 지사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취재진이 "남강댐 물 공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에서 오랜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은 산행을 마친 뒤 근처 한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신아일보] 부산/김삼태 기자 st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