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뱃값 인상 결국 서민증세로 귀결되나
[사설] 담뱃값 인상 결국 서민증세로 귀결되나
  • 신아일보
  • 승인 2014.12.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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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그림등 확고한 금연정책 뒤따라야
세수 확보에 급급한 모습 보여선 안돼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를 위해 밀어붙인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는 지난 2일 담뱃값을 현행보다 2000원 올리기 위한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현재 2500원 수준인 담뱃값이 한 갑당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하지만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을 경고하는 그림을 삽입하는 규정은 삭제됐다.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빠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쪽 금연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연대책을 위한 방안으로 한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유명무실하게 된 셈이다.

즉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서민들 주머니를 털기 위한 증세의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경고 그림 표시 조항을 빼면 담뱃값 인상이 증세일 뿐, 무슨 금연정책이냐"고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인상안이 통과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연간 세수가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는데, 내년 담뱃값 세수는 10조원 정도로 2012년 거둔 재산세 9조6000억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맹은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 예상액이 담뱃값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2조8000억원과 비슷한 2조9133억원이라는 점을 들며 "가난한 일반 국민의 담뱃세를 올려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면 거의 들어맞는 수치"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면서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자 약 1000만명의 '비소비지출'이 늘어나 서민소비는 감소하고, 물가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며 "세수 확충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연맹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은 서민증세가 아니라고 줄곧 강조했지만 우리나라의 흡연자 대부분이 서민층이어서 이들의 부담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인상안이 가격에 비례해 과세하는 종가세가 아닌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을 과세하는 종량세 도입으로 조금이라도 더 싼 담배를 찾을 길조차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서민들만 부담이 늘어나는 세부담의 역진성이 강해지게 생긴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동안 세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한바 있지만, 부자에게는 세금 부담을 줄여 주는 대신 서민 세금을 인상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게 보이는 이유다.

흡연자의 건강을 얘기하면서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다른 나라처럼 담배에 혐오스런 그림을 넣는 기본적인 것부터 해보고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그때 인상을 해도 늦지 않았을 터였다.

또한 담배값을 올렸으면 흡연자 건강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늘려야 하는데 세수 확보에만 급급한 모습도 역력하다.

담배값에 개별소비세를 신설하고 부가가치세를 올려 국세는 776원 인상되는 반면 지방세는 480원, 건강증진기금은 487원 오르는데 불과했다.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추진한 이유는 금전적 부담과 함께 강력한 금연정책이 뒷받침 되면 자연스럽게 흡연율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OECD평균 수준인 29%까지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왕 인상하기로 결정한 이상 성공적인 금연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최근에는 담배값 인상을 계기로 이익을 챙기려는 사재기 현상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인상 시기에 맞춰 겉포장 변경 등으로 이를 막아야 함은 당연하다.

경기 부진 등으로 서민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경고 그림 표시 등 확고한 금연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