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결국 증세의 시작인걸까?
담뱃값 인상… 결국 증세의 시작인걸까?
  • 문경림·전호정 기자
  • 승인 2014.12.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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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부담금 28%만 내년 고유사업 투입… "국민 건강 운운해놓고"
▲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안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서민증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신아일보=문경림·전호정 기자] 담뱃값이 내년부터 2000원 오르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정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의 건강증진이란 애초 목적보다는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담뱃값 인상으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도 예산안을 만들면서 담배 1갑당 부과하는 건강증진부담금(담배 부담금)을 지금(354원)보다 487원이나 오른 841원으로 인상해 건강증진기금으로 총 3조2762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 가운데 기금운용 등을 뺀 기금사업비로 2조7189억원을 쓰기로 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짠 2015년 건강증진기금의 사업구성을 보면, 이 기금 조성 본연의 목적인 건강증진사업에는 28.3%(7707억7500만원)밖에 투입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데 내년 기금사업예산의 절반 이상인 55.9%(1조5185억3000만원)를 쓰기로 했다.

또 연구개발(R&D)과 정보화 및 의료시설 확충 등 기금의 설치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사업에 12.8%(3482억800만원)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담배 부담금을 내는 흡연자의 건강과 금연지원에 건강증진기금의 일정 부분을 쓰도록 법에 강제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건강증진기금의 사용처에서 고유목적인 건강증진사업의 비중이 아주 작아 건강증진사업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통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세수 증가분을 지나치게 적게 잡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담뱃세가 모두 9조5061억원가량 걷혀 올해보다 2조8000억원 가량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를 5조5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의 전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애연가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의 이연익 대표운영자는 "인상분 가운데 개별소비세 부과분의 20%를 소방안전교부세로 돌리는 것은 흡연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담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이렇게 큰 폭으로 올리면 흡연자들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겉으로는 국민 건강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세금 확대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고소득층보다 서민층이 많이 피우는 담배에 세금을 더 많이 물려 곳간을 메우려 한다는 '서민 증세'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현재 2500원짜리 국내 담배의 세수 비중은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39%(950원), 담배소비세 25.6%(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4.2%(354원), 지방교육세 12.8%(320원), 부가가치세 9.1%(227원), 폐기물 부담금 0.3%(7원) 등으로 이뤄졌다.

내년에 담뱃세가 2000원 올라 담배가격이 1갑당 4500원이 되면, 1갑당 부과될 세금은 2291원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