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 원양어선 '501오룡호' 침몰 "배수구 막힌 탓"
사조산업 원양어선 '501오룡호' 침몰 "배수구 막힌 탓"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12.0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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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에서 침몰한 트롤선 '501오룡호' ⓒ사조산업

러시아 베링해에서 선원 60명을 태운 사조산업의 1753t급 명태잡이 트롤선인 '501 오룡호'(선장 김계환·46)가 1일 오후 2시20분께(한국시간)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도중 침몰, 1명이 숨지고 52명이 실종됐다.

'501오룡호'는 강풍이 불고 높은 파도가 이는 가운데 조업하다가 어획물 처리실에 들이친 바닷물 때문에 선체가 기울어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

501오룡호의 선사인 사조산업의 임채옥 이사는 1일 저녁 부산지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어획물 처리실에 많은 바닷물이 한꺼번에 들어와 배수되지 않아 배가 기울기 시작했고 한때 선체가 안정을 찾았다가 갑자기 배가 기울면서 침몰했다"고 사고 상황을 전했다.

사고선박 인근 다른 선박에 있던 한국인 감독관은 501오룡호의 김계환(46) 선장과 교신한 내용과 자신이 목격한 사고상황을 정리해 이메일로 사조산업 본사에 보냈다.

이메일 내용으로 재구성한 사고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날 낮 12시 30분께 501오룡호의 김계환 선장은 "그물을 내리고 있는데 어획물 처리실에 넘쳐 들어온 바닷물이 빠지지 않아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 있다"고 한국인 감독관에 연락했다.

김 선장은 "처리실에 들어온 바닷물 때문에 어획물이 배수구를 막았고 들어온 바닷물 양이 워낙 많아 제때 배수가 되지 않아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 최대한 선체를 안정시키려고 노력 중인데 (배) 상태가 좋지 않으니 우리 배 쪽으로 와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인 감독관은 501오룡호를 향해 이동했지만 선수 방향으로 강풍이 불어 속도가 나지 않아 오후 4시께야 501오룡호에 접근했다.

김 선장은 이어 "어획물 처리실에서 배수가 되지 않고 출렁이는 해수가 타기실로 범람해 조타기 작동이 정지돼 높은 파도에 계속적으로 좌선회하는 상황이라 부득이 엔진을 정지하고 표류하는 상태에서 최대한 배수작업을 하고 있는데 역부족이다. 펌프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선장은 이어 "근처에 있던 다른 회사 소속 합작선에서 펌프를 받아 배수작업을 해 처리실 수위가 낮아지고 선체가 안정을 취했다"고 감독관에게 전했다.

기울었던 선체가 어느 정도 복원되는 듯했지만 사고는 오후 4시께 터졌다.

김 선장은 "다른 선박들에서 전달받은 펌프와 호스 등을 어떻게 사용할까 논의하던 중 갑자기 처리실 수위가 더 높아지고 좌현 경사가 더 심해져서 퇴선을 해야겠으니 구조준비를 해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선박은 오후 5시께 대략 북위 61도 54분, 서경 177도 9분 위치에서 침몰했다.

오후 6시까지 구조된 사람은 모두 8명이었다.

한국인 감독관이 타고 있던 선박에서 2명, 합작선에서 6명을 각각 구조했다.

구조된 한국인 선원은 저체온증으로 상태가 위험했다고 한국인 감독관은 전했다.

한국인 감독관은 합작선에서 구조한 구명 뗏목 4척이 로프로 연결돼 있었는데 1척에 4명만 타고 있었다고 들었고 다른 구명 뗏목들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으로 미뤄 선체가 기울면서 구명 뗏목에 옮겨타고 탈출할 상황이 못돼 개별적으로 부유물에 의지해 탈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한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사고해역에 초속 20m의 강풍이 불고 파도가 4m나 됐는데 왜 조업을 강행했느냐. 악천후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한 게 사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