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 주유소 등장… 계속되는 유가하락 괜찮은 걸까?
1500원대 주유소 등장… 계속되는 유가하락 괜찮은 걸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4.11.30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자·소비 긍정적… 석유정제·조선업 수익성 악화 우려
▲ 지난 28일 오전 경기 고양시의 한 주유소 유가 안내판이 리터당 휘발유값 1597원을 표시하고 있다.

[신아일보=전호정 기자] 국제 유가가 끝없이 하락하면서 수도권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ℓ당 1500원대 주유소가 등장했다.

유가 하락은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에는 대체로 호재이지만 산업계 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배럴당 105달러를 넘나들던 두바이유 가격은 9월 들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더니 11월엔 80달러 선을 뚫고 내려왔다.

28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69.09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712.24원으로 2010년(1710.41원) 평균 수준으로 내려갔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마감가격은 직전 거래일보다 10.2% 폭락한 66.15달러로 5년 2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9월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 여부를 논의한 끝에 하루 3000만 배럴의 현재 생산목표를 유지하기로 한데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또한 이번 OPEC 감산 합의 실패에 따라 원유 가격은 앞으로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7일(현지시간) 감산 대신 각 회원국의 시장공급 할당량(쿼터)을 준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의 국제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자원 수출국인 브라질·러시아 등은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원유 순수입국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면서 소비가 늘고 기업도 생산비가 줄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업계와 자동차 업계는 연료비가 절감되는 만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수출입 교역 여건도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수출 가격이 2.9% 내려가는 동안 유가 하락으로 수입 가격(-4.2%)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많아진다. 대외 교역을 통한 우리 국민의 구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하락하면 기업 투자는 0.02%, 소비는 0.68%, 수출은 1.19%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총생산(GDP)은 0.27%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유가 하락은 보통 국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의 배경은 1%대 초반으로 내려온 '저물가'에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은 반길 일만은 아니기 떄문이다.

유가가 공급 요인으로만 낮아졌다면 긍정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수요 부진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정유업계와 조선업계들은 유가하락으로 인해 주름살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 영향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자산을 평가하는데 취득가보다 시장가가 더 낮으면 그만큼 자산가치가 줄어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3분기에 이미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본 상태다.

조선업계도 유가 하락으로 해상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더욱 위축될 공산이 크게 됐다.

근본적으로 유가 하락이 세계 경기 위축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점이다.

세계적인 수요 부족으로 유가가 내려간 측면이 있는 만큼,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도 전반적 침체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진·그래픽=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