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기술로 ‘가상 인체해부대’ 만든 최원철 박사
3D기술로 ‘가상 인체해부대’ 만든 최원철 박사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11.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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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못구해 어려움 겪는 의대생들 위해 개발…美명문 의대들 사용

▲ 최원철 박사
“실제 해부처럼 끔찍하다고요? 그럼 제품 개발이 성공했다는 말입니다.”

3D기술을 의료 분야에 활용해 ‘가상 해부 테이블’을 개발한 미국 실리콘밸리 ‘아나토마지(Anatomage)’사의 창업주 최원철 박사(미국명 잭 초이·46).

그가 개발한 가상 해부 데이블은 의대생들이 실제 시신을 대신해 해부학 실습을 할 수 있게 하는 아주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에 사는 어머니의 팔순 잔치를 열어주려고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최 박사는 지난 2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품의 개발 동기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지난 2012년에 최 박사가 개발에 성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가상 해부 테이블은 80인치(가로 76㎝, 세로 213㎝)의 LCD 스크린을 갖췄다.

스크린에는 실제와 똑같은 여성 혹은 남성의 시신이 누워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손가락을 대고 필요한 신체 부위를 절개하는 시늉을 하면 이를 인식해 해부가 이뤄진다.

필요한 부위를 원하는 만큼 절개하고, 혈관 다발이나 뼈·근육 등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볼 수도 있다.

화면을 톡톡 치면 절개 부위가 확대되고, 스크린에 손을 대고 끌면 시신이 회전하는 등 아이패드(iPAD)를 작동하듯 쉽게 해부 실습을 해볼 수 있다.

최 박사는 “3D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시신을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용 해부를 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끔찍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사실적(realistic)이고 정교한 혈관·근육 등의 이미지는 가상 해부의 필수요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신을 확보하지 못해 해부 실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미국에서는 시신을 기증받아 해부학교실을 운영하는데 연간 50∼100만달러로 돈이 많이 들고, 종교적인 이유로 시신 해부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어 학생들이 실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하지만 대당 6만달러에서 10만달러인 가상 해부 테이블만 있으면 이런 문제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개발한 가상 해부 테이블은 미국 스탠퍼드대 등 많은 명문 의대에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고려대학교도 이 제품을 처음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최 박사의 제품은 출시부터 많은 반향을 일으켜 ‘혁신적인 작품’으로 손꼽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2012 TED강연’에 초청되기도 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최 박사는 서울대 기계공학과(86년)를 졸업하고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컴퓨터 설계(CAD)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선친인 최하진 박사는 부산백병원 초대 병원장이었고, 형 두명, 동생이 모두 의학박사인 ‘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후배들에게 “빅 픽쳐(Big Picture·큰 그림)를 보라”면서 “디테일(detail·세부적인 것)에 집착하기보다 흐름을 보는 안목을 기르고 단계별로 ‘양질의 실행’(quality of excution)을 통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면 벤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