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앞둔 부자들의 은행탈출… 뭉칫돈이 빠져나간다
금융실명제 앞둔 부자들의 은행탈출… 뭉칫돈이 빠져나간다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4.11.25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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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이상 예금 5월후 크게 줄어
금, 미술품, 현금 등 세금회피 자산으로 이동
▲ ⓒ연합뉴스

[신아일보=전민준 기자] 부자들의 은행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실명제 강화를 앞두고 은행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내 비과세 보험, 금, 미술품, 현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이나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완연하다. '세(稅)테크'가 부자들 재테크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원으로 4월 말 555조2000억원에 비해 6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저금리 추세로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 초반까지 떨어졌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뚜렷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정기예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부자들이 돈을 맡긴 고액 예금은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의 예금 총액이 지난 4월 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0억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말부터 4월까지 꾸준히 돈이 들어오다가 5월 이후 크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4월 말 4조7000억원에 육박했던 우리은행의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도 10월 말 4조2000여억원으로 4000억원 가량 줄었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10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고액 예금에서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10억원 이상 고액 에금 총액도 1000억원 넘게 줄어 5조2000여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중은행 중 부자 고객 수 1~3위를 차지하는 하나, 신한, 우리은행의 고액 예금 감소는 지난 5월 초 국회를 통과한 후 이달 29일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전반적이다.

차명 금융계좌를 사실상 완전히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등 형사 처벌까지 받게 하는 강력한 금융실명제가 시행되자 차명계좌나 가족 간 분산 계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테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비과세 보험이나 금, 은 등의 판매 추이는 정기예금에서의 자금 이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000만원 가량인 골드바의 판매는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4월 59㎏였던 판매량이 5월 94㎏으로 늘어나는 등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실버바의 인기도 급상승해 지난 4월 470㎏이었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달에는 1000㎏에 육박하는 980㎏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를 입증하듯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