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30개월만에 '마침표'… 실질적 타결 선언
한중FTA 30개월만에 '마침표'… 실질적 타결 선언
  • 장덕중 기자
  • 승인 2014.11.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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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시진핑 인민대회장서 회담서 FTA 타결 선언
막판까지 팽팽… 중국에 '통큰 양보' 요구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아일보=장덕중 기자] 한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30개월만에 어렵사리 전격 타결시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전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회담에 이어 두 나라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FTA 서명식이 있을 예정"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오전 7시(현지시간) 베이징에서 통상장관 회의를 열고 막판 쟁점조율에 나서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개방범위, 원산지 규정 등의 일괄합의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우리나라는 농업 부문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중국은 석유화학이나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민감한 입장을 취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 2012년 5월 1차 협상 이후 30개월을 끌어온 한중 FTA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월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조기 타결에 대해 이미 의견을 모았다. 중국 측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우리 측에 APEC 베이징 정상회의 때 타결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

우리로서도 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13억 인구의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과 FTA를 맺어 수출 확대와 시장 선점은 물론 APEC 무대에서 '수출 코리아'의 입지 강화를 기대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협상 타결의 동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 (그래픽=전호정 기자)
그동안 13차례의 공식 협상을 통해 협정문에 들어갈 22개 장(章) 중에서 16개 장에 대해서는 이미 타결이나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14차 협상에서 목표로 세운 일괄 타결은 예상만큼 쉽지 않았다.

특히 상품과 원산지 기준 등의 분야에서 난항을 겪었다. 양측은 2013년 9월 7차 협상에서 협상 기본지침인 모델리티를 마련하고 상품 분야에서 품목수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를 자유화(관세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서 100% 가까운 자유화를 하는 것과 달리 중국과의 FTA에서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개방을 하는 것은 농수산물(한국)과 공산품(중국)에 대한 두 나라의 민감성을 반영한 것이다.

자유화 대상은 일반 품목군(FTA 발효 즉시∼10년 내 관세 철폐)과 민감 품목군(10년 이상∼20년 내 관세 철폐)으로 나뉜다. 나머지 품목수 기준 10%, 수입액 기준 15%는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해 관세 장벽을 유지한다.

우리 측은 1만2232개 품목 가운데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화학·기계·정보기술(IT)은 일반 품목군에, 기계·전기기기는 민감 품목군에 넣었다. 주요 농수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빗장을 걸었다.

중국은 이와 반대로 농수산물을 조기 개방 품목에 넣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석유화학·IT 등은 초민감 품목군으로 분류하거나 조기 개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공산품의 조기 개방을, 중국은 높은 수준의 농수산물시장 개방을 상대방에게 요구했다. 두 나라 모두 자국 산업에 대한 파급력을 고려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이 아니면 관심권에서 벗어나 타결의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한 양국은 통상장관 대면 이후 릴레이 실무협상을 했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거리를 좁혀나갔다.

쟁점 사항을 추려 한국은 일부 농수산물을 초민감 품목군에서 20년 이내 관세 철폐 대상으로 옮기고 중국은 일부 공산품의 개방 시기를 일부 앞당기기로 하는 등 숨 가쁜 협상이 벌어졌다.

6일 밤샘 실무협상을 거치며 이뤄진 원산지 기준 합의사항을 8일 오후 중국이 번복하며 기준 강화를 요구해 협상이 꼬이기도 했다. 원재료와 부품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출품이 줄어들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양측은 그날 계획한 밤샘 협상을 취소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대방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하는 보호 품목은 가능한 한 인정해주는 방향으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산품과 농수산물의 개방 범위와 수위, 원산지 기준의 일부 쟁점에 대한 결론이 실무협상에서 나지 않고 타결 선언 시점으로 잡은 한중 정상회담 개최 시간이 다가오자 양국 통상장관이 막판 '빅딜(일괄타결)'에 나섰다.

정상회담을 4시간가량 앞둔 10일 오전 7시 윤상직 장관과 가오후청 상무부장이 만나 극적으로 최종 합의점을 찾고, 두 나라 정상이 타결 선언을 하면서 30개월을 끈 협상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EU와 맺은 FTA가 협상 개시부터 타결까지 각각 10개월(추가 협상기간 제외), 26개월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진통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