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선언
홍준표 경남지사,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선언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11.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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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열풍' 지방 정부 재정 절벽으로 내몰고 있어"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내년부터 도에서 지원하는 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 도교육청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홍 지사는 도에서 지원하는 무상급식 예산 전액을 예비비로 돌려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 복지사업 예산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이 학교 무상급식 감사 강행과 거부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일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무상급식비 감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나 감사 거부를 이유로 보조금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것도 경남이 처음이다.

홍 지사는 이날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경남교육청이 무상급식 보조금 집행 실태에 대한 도 감사를 거부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선언했다.

홍 지사는 "'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란 원칙에 따라 더 이상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며 "무상급식 비용은 교육청 예산으로만 집행하는 것이 맞다. 앞으로 무상급식비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청은 무상급식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손을 벌려선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지방 재정 악화의 한 원인으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꼽았다.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2010년에 지원한 무상급식비는 785억원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1조573억원을 부담, 4년 새 13배 이상 급증해 지방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홍 지사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국 244개 기초 지자체의 32%인 78개 시·군·구는 자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는 등 무상 열풍이 지방 정부를 재정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에도 함안군을 제외한 9개 군이 재정사정이 나빠 무상급식 보조금을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전국의 무상급식 재정 부담은 2010년 4천845억원에서 2013년 1조4천497억원으로 3배로 늘었지만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은 2010년 4조2천193억원에서 지난해 2조8천238억원으로 33%나 감소,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 예산 우선 순위와 배정 재조정을 제안했다.

이처럼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있지만 오히려 급식의 질은 떨어져 학교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가 전국적으로 최근 3년 새 69% 늘었고, 경남지역 학교도 47.7% 크게 증가했다고 그는 밝혔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내년부터 도에서 지원하는 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땀을 흘리며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로 미뤄 볼 때 획일적 무상급식이 가져온 불필요한 과잉 수요과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급식의 질보다는 대상 확대에만 급급한 인기영합적 정책 결정이 결국 아이들이 급식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홍 지사는 현행 무상급식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이에따라 무상급식 보조금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독자적인 교육비 지원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직접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범위와 방법은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오는 11일 시장·군수 회의를 소집해 관련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그는 "이미 계획한 무상급식 보조금 감사는 결코 중단할 수 없다"며 "교육청이 입장을 바꿔 감사를 받겠다고 하더라도 예산 지원을 전제로 한 감사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 지사는 "경남교육청이 독립된 기관으로서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예산도 독립해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지방교육 재정교부금법에 따른 정부의 교부금과 법정 부담금 외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에는 반드시 결산과 감사가 따른다는 것은 현대 행정국가의 기본 원칙"이라며 "연간 수백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도 예외 없이 감사를 받는데 하물며 4년간 3천40억원의 막대한 도민 세금을 지원받고도 감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도민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아울러 박종훈 경남교육감에 대해 홍 지사는 "박 교육감이 (나를 향해) '정치적 한탕주의' 또는 '갑질' 등으로 모질게 비판했다"며 "교육감은 교육자답게 용어를 사용해 주시고 전교조 시절 쓰던 용어를 빼 주었으면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 선언에 대해 교육청은 긴급 브리핑을 열어 유감을 표명하고서 "도와 시·군이 내년에 804억원의 보조금 전액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21만9천명의 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청은 "지원 중단으로 수많은 학생이 도시락을 싸거나 급식비를 내야 하는 등 지난 7년간 시행한 학교 급식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남교육청은 경남도가 지원 중단을 선언한 무상급식비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해 4일 공식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사진·자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