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환영'은 초안에도 없었어요"
"'동성애 환영'은 초안에도 없었어요"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10.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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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최종문서에 안 들어간 사안도 계속 논의"
바티칸 '주교 시노드' 참석 후 귀국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최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초안에서는 동성애를 환영했다가 나중에 바꿨다고 하는데 초안에도 그런 내용은 없었습니다. 동성애를 환영한 게 아니라 동성애자들을 교회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논의하자는 것이었어요."

지난 5∼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천주교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큰 논란이 됐던 동성애 관련 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일 저녁 돌아온 그는 회의 내용을 전하고 국내에 잘못 알려진 내용도 바로잡았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은 타고난 그런 성향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이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라는 거죠. 그들을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되며 교회 식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입장에서 볼 때 동성애적 성향과 동성애자들의 실제 결혼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 주교는 강조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은 교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교회로서는 동성애자들의 '결혼'은 결혼으로 볼 수가 없어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함께하는 겁니다. 동성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주는 건 인간으로서 정당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권리를 빼앗는 겁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태어나 엄마 젖을 먹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면서 인간관계를 배워 갑니다."

동성애 관련 부분은 이혼이나 재혼 한 신자의 영성체 참여 문제와 함께 최종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문제에 주교들의 반 이상이 찬성했지만 공식문서 채택 요건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강 주교는 동성애 문제에 관해 "여러 오해를 부를 수 있으니 정식 문서로 채택하는 데 거부감을 느낀 주교들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종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 동성애와 이혼자 문제 논의 자체가 폐기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강 주교는 "최종 문서에서 제외됐다고 논의에서 배제된 게 아니다. 발표에서는 제외될지 몰라도 교황에게는 모든 논의 내용이 보고된다. 교황께서도 모두 내용이 지역교회가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의 최종 문서를 작성할 교부로 임명한 6명에 포함됐다.

교황이 주교들로부터 지역교회의 현황과 의견을 듣는 시노드는 보통 3∼4년마다 열리지만 이번에는 가정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년 10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준비 차원에서 한 번 더 열렸다.

6년 동안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를 이끌어 온 강 주교는 오는 27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주교회의 가을총회를 끝으로 두 번째 의장 임기를 마친다. 소회를 물었다.

"아쉬운 거요? 없습니다. 의장으로 있는 동안 힘에 부칠 정도로 많은 일이 터졌어요. 이제 벗어나게 돼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고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