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UN총회서 북한 핵·인권, 일본 위안부 문제 언급
朴대통령 UN총회서 북한 핵·인권, 일본 위안부 문제 언급
  • 장덕중 기자
  • 승인 2014.09.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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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첫 기조연설서 남북통일 국제사회 지원 호소
"국제사회 北인권 필요조치 취해야…탈북자 인권에도 관심 기울여야"
"전시 여성 성폭력 인도주의 반하는 행위" 위안부 문제는 우회 거론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아일보=장덕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북핵과 북한 인권 문제해결, 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력히 호소했다.

한일관계 최대의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또한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의 도전 과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정책도 소개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행한 취임 후 첫 기존연설에서 15분에 걸쳐 한국어로 △평화통일 △북핵과 북한인권 △일본군 위안부 △글로벌 이슈 등 제반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유엔 3대 임무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기여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문제와 북핵, 북한 인권 등 북한과 관련된 연설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A4용지 8장 분량의 연설문에서 북한 문제는 3장에 달했으며 북한이라는 단어는 15회, 인권은 12회 언급되는 등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 평화통일 =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인데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상기하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통일이 유럽통합을 이뤄 새로운 유럽의 주춧돌이 됐다면, 통일된 한반도는 새로운 동북아를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남북 통일이 동북아와 세계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은 "DMZ(비무장지대)의 작은 공간부터 철조망을 걷어내고 남북한 주민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다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은 생명과 평화의 통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 주도 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6·25)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며 공원을 만든다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에 유엔의 주도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 데뷔무대에서 남북분단의 고통을 토로하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지를 강력히 호소한 것은 남북통일이 지역적 이슈가 아닌 글로벌 과제임을 전 세계를 상대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관계자들이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들으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북핵과 북한인권 = 박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북핵 불용'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이번 유엔총회의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의 인권과 탈북자 인권문제도 거론하면서 국제사회의 압력 및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제평화와 안전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의 개발과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저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북한은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감행한 유일한 국가"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일뿐만 아니라 핵비확산체제의 근간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북핵 폐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그럴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문제에 대해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 문제 중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무대를 활용해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동참과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엔의 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만큼 탈북민 인권문제를 고리로 중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일본군 위안부 =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최대의 걸림돌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위안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한국의 전·현직 대통령 중 우회적이나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이런 취지에서 작년 2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분쟁하 민간인 보호에 대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고 '분쟁하 성폭력 방지 이니셔티브'의 대표국가로도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자제하면서도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반인도적행위'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유엔 데뷔무대에서 민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정상회담조차 개최하지 못하고 있는 한일관계가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 등 '역사도발'에 따른 것임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본 아베 총리가 친서를 보내 올 가을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고 양국 정부의 고위급 채널이 가동되는 등 관계개선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이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일본 정부를 자극할만한 직접적 표현은 자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의 이날 기조연설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겨냥한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 글로벌 이슈 =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과제들은 그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을 감안할 때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통해서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절대빈곤 타파와 사회경제적 기회 증대를 목표로 출범한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는 목표 연도인 내년 말까지 500일도 남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활용하여 2015년 이후 개발목표 설정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여 방안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특히 과거 최빈국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공감을 유도했다.

 

<사진·자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