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국회'는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반쪽 국회'는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4.09.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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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국정운영의 場으로 빨리 복귀하고
여당은 정치·포용력 발휘 야당 껴안아야

여권의 '단독 국회' 밀어 붙이기가 현실화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나 여당이 주도해서라도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줄것을 주문하자 마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 일정을 직권으로 상정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이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질책하고 이에 발맞춰 여당과 국회의장이 정면돌파을 선택한 셈이다.

'반쪽 국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특히 정 의장이 오는 26일 개회를 예고한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91개 계류법안을 처리한다면 여야 대치는 파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화 의장이 정한 일정을 보면 당장 상임위 활동을 시작하고 26일 본회의가 열리도록 돼 있다.

또 다음달 1일부터 20일까지는 국정 감사를 실시한다.

통상 의사 일정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결정된다. 여야 합의 없이 의사 일정이 결정되면 '반쪽 국회'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이 처럼 '반쪽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여권이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청와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이 이 처럼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데는'자중지란'의 새정치민주연합도 한몫을 했다.

협상 파트너가 실종됐기 때문에 의장이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핑계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관건은 26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강행될지 여부다. 현재 여권의 기류는 강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청와대 회동에서 "26일 본 회의에서 91개 법안부터 처리하겠다"고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계류 중인 법안들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경우 닥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야당이 강하게 반발해 국회가 파행 속으로 침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법상 일부 상임위를 여당 단독으로 개최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여야 동수로 구성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할 수 없어 본 회의 상정이 불가능 하다.

국회법을 떠나 의회 민주주의 골격은 여야가 국정을 같이 논의하고 법안을 처리하여 국정을 견제 하도록 짜여져 있다.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개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야 국정운영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국회의 파행은 콩가루집안이 돼 구심력을 잃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무거운 책임이 있다.

야당은 그렇다치더라도 국정운영의 주체인 여당이 정치력과 포용력을 발휘해 야당의 협력을 구하는데 얼마 만큼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성해 봐야한다.

당지도부가 불시에 호출을 받아 청와대로 불려가 대통령으로부터 '단독 국회' 지침을 받고 강행처리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일정과 법안 처리는 행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여야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될일이지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좌고우면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만일 여권이 야권의 지리멸렬을 구실 삼아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 한다면 그것 자체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넣는 우를 범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