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22·용인대)은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대표팀에서 막내이자 유일한 고교생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한국 태권도의 에이스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63㎏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그는 한국 태권도 대표 선수 12명 중 남녀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어렸다.
태권도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여고생 태권도 스타들은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남자부에서는 대학, 실업의 쟁쟁한 선배들 벽에 가로막혀 고교생이 태극마크를 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대훈이라는 괴물 같은 고교생이 나타났다. 곱상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내로라하는 ‘형님’들을 차례로 무릎 꿇리고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돼 금메달까지 수확, 한국 태권도의 차세대 간판으로 떠올랐다.
이대훈은 2011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같은 체급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남자 58㎏에 출전해 은메달을 챙겼다.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은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의 절반인 남녀 4체급씩, 8체급만 치르다 보니 이대훈은 평소보다 5㎏을 더 감량하는 고통을 이겨내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섰다.
당시 런던올림픽에서 우승했더라면 이대훈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이는 4년 뒤로 미뤘다.
이대훈은 런던올림픽 전에 열린 2012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올림픽 준비차 58㎏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개최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다시 남자 63㎏급에 출전해 대회 2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올해 5월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63㎏급 우승으로 역시 대회 2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대훈은 한때 태권도장을 운영한 아버지 이주열 씨의 영향으로 다섯 살 때 일찌감치 태권도를 시작했다.
이후 성산초 5학년 때 태권도부가 있는 중계초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형 이정훈도 태권도 선수 출신이지만 가족 중에서는 이대훈이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키가 182㎝인 이대훈은 유연성이 좋고 하체가 길어 얼굴 돌려차기 등 안면 공격이 강점이다.
이대훈은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이고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태권도 대표선수 전부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목표 달성을 위해 태권도 대표팀이 큰 도움이 되도록 남은 기간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이대훈은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역대 태권도 선수 중 최고 대우에 입단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 준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