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여름 채소 가격은 7월 장마의 영향으로 비 피해를 보거나 병해충이 돌면서 널뛰기를 하지만 올해는 7월보다 8월에 비가 더 많이 내리면서 뒤늦게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가 끝난 7월30일부터 8월26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699.8㎜로 올해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남부지방 평균 강수량(462.0㎜)은 평년(222.6㎜)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으며, 중부와 강원 지역에서도 국지성 호우가 잇따랐다.
이의 영향으로 8월 한달 동안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시금치(4kg/상)의 평균 도매가격은 2만453원으로 7월(1만3992원)보다 46%나 뛰어올랐다.
깻잎(100속/상) 가격도 7월 1만3799원에서 8월 2만343원으로 67%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풋고추(10kg/상)는 3만2604원에서 4만3828원으로 34.4%, 열무(4kg/상)는 5774원에서 6597원으로 14.3% 각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 덕에 작황이 좋아지면서 폭락했던 배추(10kg/상) 가격도 지난달 5893원에서 이달 6230원으로 5.7% 올랐다.특히 8월 폭우는 7월부터 9월까지가 제철인 고랭지 배추에 직격탄을 날렸다.
고랭지 배추는 폭우가 내리기 전인 8월 초까지만 해도 수확량이 넘쳐 시세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 농가의 한숨이 깊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폭우에 상황이 뒤바뀌었다.
국지성 호우가 지속된 이후 배추 겉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속칭 ‘사금’ 현상과 꽉 찬 배춧속에 빗물이 고이면서 썩어 들어가는 ‘꿀통 현상’이 나타난 것.
이 때문에 보통 평당 7∼8통에 달했던 배추 수확량이 절반 수준인 3∼4통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고랭지 배추 수확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가격도 뛰고 있는 양상이다.
더 큰 문제는 김장용 배추로 사용될 가을 배추의 정식도 늦어졌다는 것이다.
8월 중순에 이뤄지는 가을 배추 정식이 주산지인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역에서 되지 못하면서 가을 배추의 전반적인 출하 시기가 최소 1∼2주가량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김장배추 시세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질이 좋은 고랭지 배추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랭지 배추를 비축했다가 추석 직전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