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속담] 처서(處暑) 지나면 모기도 입 비뚤어진다
[날씨&속담] 처서(處暑) 지나면 모기도 입 비뚤어진다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8.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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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해져 모기·파리 사라진다는 뜻…처서 이후엔 ‘벌초’
 
한낮 무더위와 뒷북 장마에 다시금 여름으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스며들면서 그래도 계절이 순행하고 있음을 느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더위가 그치고 공기가 다소 선선해졌음을 느끼는 절기가 바로 처서(處暑)다.
 
올해는 8월 23일이 처서이며, 처서는 여름 더위가 가시고 가을을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서 절기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으며 음력으로는 7월 중에 든다.
 
 
처서와 연관된 속담으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가 있다.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가 전해진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순행을 드러내는 절기다.
  
한편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말들이 있다. 여기에는 선조들이 몸소 체험으로 알게 된 삶의 지혜가 반영돼 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선조들은 처서비를 가리켜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표현했다. 이는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 나락이 입을 벌려 꽃을 올리고 튼실하게 된다. 하지만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썩는다.
  
이처럼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또한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정연화 온케이웨더 기자 lotusflowe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