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과 치유 가지고 올 교황방문
해원과 치유 가지고 올 교황방문
  • 신아일보
  • 승인 2014.08.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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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땅에 발 디디는 역사적인 순간
분열과 갈등 넘어 사회 화해 도모해야

교황의 방한은 축제다. 그것은 한국에 내리는 축복이요 평화의 디딤돌을 만드는 일이다. 14일 서울 공항에 발을 디디는 교황은 흙의 냄새로 이 땅, 천주교의 고난사를 되살릴 것이다.

이번 방한은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3번째이자 25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 의미는 반석에 새길 만큼 강하다.

종교의 본질은 삶의 정의 혹은 인간의 궁극적 본질을 묻고 설명하는데 있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종교가 행하는 사회적, 심리적 기능들에 대한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집전과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을 목적으로 한 이번 방한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 심리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생존자에 대한 위로, 남북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수자 인권 등을, 심리적으로는 불신과 분노를 제거하고 사랑과 평화를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교황은 방한에 앞서 발표한 메시지에서 “아시아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 아시아 속에서도 한국은 바로 교황의 감동을 자아낸 곳이다. 세계 천주교사에서 자발적으로 교회를 조직하여 스스로 일어나 기적을 이룬 땅이 바로 한반도다.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수많은 영혼들이 해매는 피의 땅, 순교자의 땅에서 비치는 신성한 햇살이 온누리에 퍼짐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과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만난다. 거기에 어떤 메시지가 없더라도 만남 자체만으로도 메시지는 광폭적으로 퍼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서소문과 솔뫼·해미 성지 방문은 이 땅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그것은 한반도에서 자행된 살육에 대한 해원(解寃)이 왜 필요한 지를 전세계 안방에 구체적으로 보여 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시복 미사는 죽은 자들의 넋을 되살리며 새로운 구원의 장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치유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과 유가족, 위안부 할머니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도 만나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만남은 정치적인게 아니라 오직 사랑과 화해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립과 갈등은 표층에서 분출하는 독가스와 같다. 그것은 관념과 이념의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있기때문이다. 그 두껍고, 단단하고, 음습한 어둠에서 우리 사회는 한시바삐 벗어나야 한다.

특히 정치, 종교, 언론, 심지어 교육현장에서도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대립의 골을 넓히는 일에만 정신이 없다.

교황의 메시지는 낮은 데로 임하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그 속에서 사랑과 화해와 소통과 배려가 싹튼다.

사회적 갈등은 그 치유방법이 다르다. 교황이 온다고 해서 또 한 번 만난다고 해서 이 땅의 갈등이 풀어지고 남북간 반목이 끝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교황이 돌아가면 또 다시 갈등은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화해의 필요성을 각각 다른 형식과 방법으로 긍정하며 요청하고 있다. 교황을 맞아 분열과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진정한 화해를 도모하도록 하자. 그 길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