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철조망 걸린 갈매기 한마리 안고와
(23) 철조망 걸린 갈매기 한마리 안고와
  • 신아일보
  • 승인 2014.08.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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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치료한 어머니 마음에 푸근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광안리바닷가 바로 뒷골목에 자리한 ‘사물놀이 퉁이네’는 아마 부산최초의 쌈밥전문점으로, 90년에 개업하여 8년째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는 곳 이었슴니더.

15가지의 야채 쌈과 청국장, 토종된장찌개와 시래국으로 그맛은 부산에 소문이 날정도로 어머님의 손맛은 일품이었슴니더.

주로 단골손님 위주였는데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팬들께서 주 고객이었슴니더.

이곳 역시 제가 인테리어를 하고 개업하여 어머님께서 운영하셨는데 어머님은 적금을 꼬박 꼬박 드시는 것이 삶의 낙이셨고 전 그 적금을 몽탕 털어 집짓는데 쓰는 것이 낙이었슴니더.

저는 불효자 였지요. 여태껏 어머님께서 계속 적금을 드신것만 하더라도 아마 대한민국 저축 왕중왕은 틀림없이 어머니였을검니더. 저희 사남매를 손맛하나로 다키우신 분이셨고 강인한 여장부 였슴니더.

“어무이요” 하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님은 눈물을 글썽이시며 “오냐 내새끼야 어서온나” 하시며 제 손을 꼬옥 잡으셨슴니더.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한상가득 차려 노코는 자식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슴니더. 폴딱폴딱 뛰는 산 광어를 가지고 낄인 미역국, 민어찜, 생고등어조림, 칼치구이, 미더덕된장찌개, 깻잎, 콩잎, 창란젖, 대구 아가미젖, 묵은김치 그리고 오곡밥을 준비하시곤 옆에서 일일이 집어주시며 자식먹는 모습에 마냥 좋아 하셨슴니더.

“고생이 만체 아무생각 하지말고 만이 묵어라 얼굴이 엉망이네 머를 하길래 이래 쌔카마케 탄노? 쪼매만 더타모 아푸리카 원주민 이라 카겠다. 아이구 내새끼야~ 객지에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인가보네?”

아무말씀 안드려도 제 얼굴 한번보시곤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눈치였슴니더.

식사를 마치고 안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어머니께서는 한숨을 길게 내쉬시며 “야야 푹 쉬고 가거라”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슴니더.

‘거거~ 구구~ 거거~ 구구~’ 전 이상했슴니더.

“어무이 어데서 이상한 소리가 남니더 무슨 소림니꺼?”

“갈매기 소리 아이가”

“갈매기라니? 아니 바다에서 날아 댕기는 갈매기가 어무이방에 와? 있슴니꺼? 제 별명이 부산갈매기 아님니꺼 그래서 자식이 그리워?? 부산갈매기를 한 마리키우심니꺼?”

“야야 아침마다 내가 광안리 바닷가를 산책 하는데 바닷가 위험한데다 치논 철그물망에 갈매기가 몸이 걸려가지고 있능기라, 그래서 내가 조심 스럽게 꺼내가지고 내가 풀어줬는데 날개 쭉지를 다치가꼬 못 날아가능기라 그래서 내가 안꼬와가 약국에가서 약을 사가꼬 치료를 해주는데 지금은 만이 나았다”

어머니께서는 옛날 서면 신신호텔 뒤에서 커피숖을 운영하실때도 구두 딱는 아이들과 장애자들에게 늘 베푸시는 삶을 살아 오셨기에 전 어머니를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슴니더.

오늘이 보름째 되는 날이라며 며칠만 있으면 날아갈수 있을 것 같다며 웃으셨슴니더.

“바닷가 니가 늘 자는 호텔 온돌방 하나 예약해놨으니끼네 가서 샤워하고 푹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