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로 자연 파괴하면 인간성도 잃어"
"경제 논리로 자연 파괴하면 인간성도 잃어"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4.07.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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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굴업도 사진전 연 호주동포 사진작가 이수범

▲ 사진작가 이수범 씨.
"경제 논리만으로 자연 파괴하면 인간성도 잃게 됩니다"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갤러리에서 '섬을 찾는 사람들'이란 주제로 굴업도 사진전을 연 호주 한인 사진작가 이수범(50)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람과 환경'이 섬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보여주어 인간성 상실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고 전시 이유를 밝혔다.

29일부터 3주간 열리는 전시에는 작가가 지난겨울부터 8개월간 인천 앞바다의 굴업도를 오가며 찍은 13점의 사진과 설치미술 작품 2점이 선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굴업도는 자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온 섬이지만 시대에 따라 개발의 파도에 휩쓸려온 곳이기도 하다"며 "경제적 논리만으로 자연을 파괴하다 보면 인간성도 함께 잃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의 굴업도는 근현대에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민어 파시가 한창 열리던 때는 총독부에서 경찰을 파견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고, 1990년대에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건립 후보지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6년 중반부터는 CJ그룹에서 골프장 및 레저타운 개발을 추진해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부산공예고등학교(현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조각가로 활동하다 1994년에 호주에 이민했다. 199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주립대 미술대학원 조각과에 입학해 작품활동을 지속하면서 사진작가 겸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는 팔방미인이다.

그는 정체성을 잃고 현지화돼가는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지니의 삶을 4년째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선박 수리 전용 섬으로 환경오염이 극심하던 시드니 근방의 카커투 섬이 자연 회복을 내세운 호주 정부와 지역 주민의 노력으로 예술 섬으로 거듭난 사례를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전시회를 개최한 목적은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보여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개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카커투 섬의 사례와 굴업도의 현재를 교차시켜 섬이 직면한 고통과 사유화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에는 사진작가 김중만이 주연으로 참여해 굴업도 개발을 둘러싼 문제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너를 부르마'의 상영회도 열릴 예정이다.

호주의 한인 미술가들이 모인 호주한인미술협회 회장을 지내고 현재는 시드니한인사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현지의 주류 미술계 인사들과 협업 전시를 꾸준히 하면서 한국과 호주 미술계의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6월26일부터 7월6일까지 열린 '2014 울산국제환경사진페스티벌'에 호주 주요 사진작가와 함께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그동안 작업해온 작품을 엄선해 영국 런던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는 그는 "사진과 설치미술 또는 조각을 통해 개발과 디지털 첨단기술이 보편화한 사회에서 과거 추억 속의 물건을 조명해 '인간성 상실과 회복'이란 화두를 꾸준히 세상에 던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