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의 '빠른추석'… 제수용품 값 '들썩'
38년 만의 '빠른추석'… 제수용품 값 '들썩'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07.28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일류 생육 기간 평년 비해 2주 이상 짧아
물량확보에 유통업계도 덩달아 '비상'
▲ 추석제수용품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 배 등 과일을 고르고 있다.

[신아일보=김가애 기자] 전남 나주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7)씨는 "추석이 이른 탓에 물량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아직 여물지 않은 과실을 볼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번 추석은 9월 8일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찾아온다. 이른바 '여름추석'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빠른 추석'에 과일 농가와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과일류의 생육 기간이 평년에 비해 2주 이상 짧아 출하량이 부족해져 추석 제수용품 값이 예년보다 뛸 전망이다.

여기에다 늦장마와 태풍까지 겹치면 추석 물가는 더 들썩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부족은 결국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가계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일부 과수농가는 추석에 맞춰 최대한 수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육촉진제를 주입하거나 반사판을 설치하는 등 인공적으로 생육을 빠르게 하는 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쇠고기·돼지고기 등의 축산물 가격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10.1% 오른 22만 5240만원으로 예상됐다. 이는 차례 음식에 쓰는 27개 주요 품목을 추석 1주일 전 대형마트에서 구입했을 때 예상되는 비용이다.

과일값의 경우 사과(330g·5개)는 올 4월 개화기 때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50%정도, 배(650g·5개)는 25% 가량, 단감과 밤·건대추도 30~40% 오르는 등 과일값은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수·선물용 과일 수급에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통업계도 덩달아 비상이다.

이마트는 평년보다 과일 수확시기를 2∼3일 앞당겨야 추석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재배농가와 협력해 칼슘 비료를 주거나 지면에 은박 매트를 깔아 햇빛의 반사율을 높이는 등 과일의 생육을 촉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는 햇과일 수확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두리안, 키위, 멜론 등 열대과일 선물세트 구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신선식품 상품기획자들이 전국 과일 주산지를 돌아다니며 물량확보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른 추석으로 인해 소비자가 높아지는 제수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유통업계 역시 과일류 등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일과 축산물 등 선물세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홍삼 통조림 등 가공식품 업체와 생활용품 업체들은 반사이익으로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날씨와 시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가공제품들이 대체 선물세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관련 업체들은 예년보다 선물세트 물량을 늘리고, 구색을 다양화하는 등 벌써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