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께서 우리가 나갈 방향 제시해 주셨으면"
"교황께서 우리가 나갈 방향 제시해 주셨으면"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4.07.24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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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맞이 준비 한창인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24일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과정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할 아시아 청년대회를 주관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24일 "가족의 형제·자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흥식 주교는 "우리나라에는 지금 말과 행동이 같은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다"며 "우리는 최악의 상태인, 민낯으로 교황을 대면하게 된다. 오히려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교황께서 끌어안아 주시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교황 방문 의미를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 달 14∼18일 한국을 방문한다.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4박5일 동안 머물게 된다. 수천명이 모이는 작은 규모의 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교황청 역사에서 처음이다. 교황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당진 솔뫼성지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 청년들과의 만남을 1시간30분에 걸쳐 가질 계획이다. 시간도 바티칸 현지 시각을 고려해 오후로 정했다. 그만큼 그 만남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다. 또 캄보디아와 홍콩,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이 각국 대표로 나서 교황과 대화를 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갖는 어려움과 자신들의 체험을 이야기하고 교황께 질문을 드리면 답해주는 순서로 진행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한 유흥식 주교는 당시를 회상했다.

"교황께서 처음 선출되셨을 때 편지를 드렸고,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뵙고 난 뒤 '좋았고 고마웠다'고 엽서를 썼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청년대회'를 소개하는 편지를 드렸다. 교황이 평소 즐겨 쓰시거나 좋아하는 표현들을 사용해 전략적으로 어필했다. '젊은이들이 가는 곳은 어디든 복음으로 삼아서 간다'라든지, '세상의 조류를 거슬러 가야 한다', '어느 곳을 가든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등. 그리고 두 달 뒤에 정말 방문을 결정하셨을 땐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유 주교는"물론 제가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한국 교회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다는 점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 맞이 준비에 대해 유 주교는 "그동안 교황을 몇 번 뵌 덕에 취향도 알고 경험도 있으니까 메뉴 선정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대전에서는 숯불갈비와 갈비탕 등을 준비했고 서산과 당진 쪽에서도 준비 중이다. 여름철인데다 보편적인 입맛을 고려해 해물이나 회 등은 못하고, 더위에도 문제가 없는 고기나 빵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 엊그제 교황청 경호팀이 동선 점검 차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준비해서 갔다. 다들 맛있다고 했다. 대전에서 제일 유명한 빵이고,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해줬다"며 "정성과 마음을 다해 귀한 손님, 가족의 형제·자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교황과의 단독 면담에서 "'한국사회가 영적으로, 윤리적으로 변화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며 교황의 방문 메시지도 전했다.

유흥식 주교는 교황의 이번 공식 방한을 성사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