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유병언이 산 검경 잡았다"
"죽은 유병언이 산 검경 잡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14.07.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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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의 수사공조 실패와 안이한 태도 "문제"
유언비어 잠재우려면 명백한 증거 내놔야

허망하다. 마치 전 군사력을 동원한 총력전에서 패한 전투처럼 맥이 쏙 빠진다. 세월호 참사에 허탈해 하던 국민들은 그 책임자를 잡는 일에는 뭔가를 해주리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또 한 번 더 실망을 안겨줬다.

전남 순천의 야산 매실밭에서 유병언의 변사체가 발견된 이후 국민들은 이른바 '멘붕'에 빠질 정도다.

그 동안 검경은 유씨를 잡겠다며 군 병력까지 동원해 해안을 봉쇄하고 반상회를 여는등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 법석을 떨었다.

유씨의 본거지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과 주변 건물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유씨의 가족이나 친인척, 측근들을 법이 허용하는 한 각종 혐의로 닥치는 대로 체포하고 기소했다.

점입가경은 유씨의 사체가 발견되기 바로 전날인 21일에 일어난 해프닝이다. 검찰이 유씨에 대한 6개월짜리 사전구속영장을 재 발부받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추적의 꼬리를 놓지 않고 있어 검거는 시간문제다."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무엇인가 추적할 만한 단서를 잡고 있었다는 말이다. 몸통은 아니더라도 꼬리는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체가 발견돼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쯤되면 검경의 수사 공조는 아예 처음부터 이뤄지지도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보는 소통이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불통이라면 두 집단의 내부가 엉켜있음을 시사해 준다. 언제부터인가 양 세력은 수사권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그 갈등의 끝을 보여 준 것이 오늘의 이 사태가 아닌가 한다.

경찰은 시신 발견 직후 왼손 손가락의 지문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다 국과수에서 시신과 유 전 회장의 DNA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서야 오른손 지문을 채취했다. 초기 왼손에선 발견되지 않던 지문이 뒤늦게 오른손에서 채취됐다고 하니 어린아이라도 눈을 껌벅일 만하다.

국민들은 이제 사체 앞에서도 믿지 못하고 있다. 결과가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보니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있고 일부에서는 '소가 하품할 일'이라며 비웃고 있다.

일부 유언비어 중 가장 그럴싸한 것이 '제2의 조희팔 사건'이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다단계 판매업체를 차려 4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가로챈 뒤 중국으로 도망갔다. 4년 후 경찰은 2012년 5월 조희팔이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유골을 국내로 이송해 화장했고 조희팔의 유골은 DNA 감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후 조희팔을 목격했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나오며 그의 사망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유씨의 경우 사체가 있어 DNA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조희팔 사건과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설이 나도는 것은 검경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들 집단은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조작하고 죄없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었으며 아직도 구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다.

만약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정확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조직 전체를 뒤집어서라도 개혁하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