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체리, 여름과일 ‘황제’ 수박 위협
수입 체리, 여름과일 ‘황제’ 수박 위협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07.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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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매출 1위 수박 24.2%·2위 체리 17.3%
백화점에서는 이미 수박 제치고 ‘선두자리’
▲ 수입과일 체리가 대표적인 여름과일인 수박의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대표적인 여름과일로 자리잡았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열린 미국 북서부 체리협회 주최 '체리 이즈 러브' 팝업스토어에서 관계자들이 체리의 효능과 활용법 등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김가애 기자] “수박을 사려다가 무겁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가 걱정돼, 준비도 간단하고 ‘보기에도 예쁜’ 체리를 샀어요” 최근 회사 직원들과 집들이를 한 A(31·여)씨는 후식과일로 체리를 선택했다.

미국산 체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산 제철과일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종전 24%의 관세가 사라진 미국산 체리가 국내 과일시장에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산 체리는 물론 포도, 토마토, 자두 등 여름철 과일과 과채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여름 제철과일의 ‘황제’ 수박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산 체리의 수입물량은 200t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해 9088t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만t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하 FTA 이행지원센터의 ‘FTA 이슈 리포트 제3호’에 따르면, 올해 전체 체리 수입량은 지난해 9088t 보다 40% 이상 증가해 1만3000t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산 체리의 수입확대는 소비자들의 과일 소비패턴은 물론 과수농가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농경연이 올 6월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수입과일 구매행태’를 조사한 결과, ‘포도 대신 체리를 구매했다’는 응답자는 52%에 달했다. 이밖에 토마토(11%) 감귤(9%) 참외(6%), 복숭아(6%) 사과(6%) 대신 체리를 먹는다는 응답자도 다수였다.

실제 롯데마트에서 7월 1∼17일 과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체리의 상승세는 매우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인기 과일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박의 매출 비중 24.2%의 뒤를 17.3%로 바짝 추격한 것. 체리가 지난해 5위(8.7%)에서 큰 폭으로 뛰어오른 반면, 수박은 지난해 30.2%보다 6%p 떨어진 수치다.

수입과일만 놓고 보면 체리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41.5%로 절반에 육박하고, 올해 7월 체리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1.5%에 달했다.

수박과 체리 다음으로는 복숭아(12.2%)와 자두(10.9%)가 각각 3·4위에 이름을 올렸고, 전통적 수입과일 강자 바나나(9.7%)는 5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사라져 가격경쟁력까지 얻은 체리가 ‘반짝 인기’가 아닌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백화점 과일 코너에서는 이미 체리가 수박을 밀어내고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이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과일의 종류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체리는 전체의 21.7%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체리에 이어 복숭아가 매출 비중 14.4%로 2위였고, 최근 5년간 부동의 여름과일 1위 자리를 지켜온 수박은 3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체리의 ‘파급력’을 간과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과일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에 전문가들은 FTA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간접적인 소비 대체관계에 있는 품목 피해의 대책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