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학생들 우리 딸 같아 눈물이"
"세월호 참사 학생들 우리 딸 같아 눈물이"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7.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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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딸 찾아 15년째 전국 누비는 송길용씨, 팽목항 찾아
▲ 지난 1999년 딸 혜희양이 실종된 후 15년째 그를 찾으러 전국을 누비는 송길용(53)씨. 그는 이달 초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지난 18일 '사랑'을 주제로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에서 강의도 했다.

"팽목항 다녀온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마음에 응어리가 지워지지 않아요. 저 역시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딸을 찾으러 다녔으니까요."

송길용(53)씨는 지난 4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사고 후 80일 가까이 지난 시점이라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몇몇만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송씨는 격려의 말을 건네려 했지만 오히려 실종자 가족으로부터 "어디 있는지 모를 딸을 찾는 게 마음이 더 아플 것 같다"는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하루를 팽목항서 보내고 집이 있는 평택으로 올라오는 길에 눈물을 쏟았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1999년 고등학교 2학년이던 딸 혜희양을 잃어버린 실종아동 아버지다. 그는 이후 생업을 접고 딸을 찾으러 15년째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강원도 산골짜기부터 부산 해변까지 그가 뿌린 전단만 어림잡아 100만 장이 넘는다. 함께 하던 아내는 7년 전 딸의 사진이 들어간 전단을 품에 안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씨의 현재 수입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40여만원이 전부다. 이마저도 작년 한 독지가가 마련해 준 트럭에 들어가는 기름 값과 전단 인쇄비용을 빼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서울 동대문구 전미찾모 사무실서 만난 송씨는 "혜희가 실종됐을 때 고2였으니 단원고 학생들과 나이가 같았다"라며 "세월호 참사를 보고 딸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파서 팽목항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참사 후 집 근처에 차려진 임시 분향소를 몇 차례 찾았다. 분향소를 돌보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아파 직접 사과, 배, 떡 등을 사서 상에 올렸다.

그는 "딸에게 준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담아 세 번 정도 음식을 올렸다"며 "단원고 학생이든 혜희든 잘 먹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말했지만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송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8일에는 동국대 부속 고등학교에서 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랑'을 주제로 강연도 했다. 가족을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는 자기가 겪은 고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