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배정받은 방이 맘에 안들어 “독방가고 싶소”
(21) 배정받은 방이 맘에 안들어 “독방가고 싶소”
  • 신아일보
  • 승인 2014.07.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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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지원하자 이상한 사람이라며 힐끔거려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독방으로 가서 조용히 책이나 보며 밀린 잠이나 실컷자자”

속으로 생각하며 방을 배정받아 시커먼 복도 사이로 난 철문을 지나 배정받은 방 앞으로 갔다. 이방저방에서 고함소리가 나며 처음들어온 신입들에게 겁을 주고 있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이 새끼들이 안자고 지랄들이고” 하며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했고, 교도관이 “시끄러워” 하며 고함을 치자 조용해졌다.

드디어 철문이 열리고 방에 들어가자 차가운 냉기가 쌩하고 도는데 가만 보니 목에 하얀 목도리를 하고는 덩치가 저보다 큰 한 놈 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생긴 놈 하나 하고, 두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놈 세 놈, 합이 다섯 놈이 나와 함께 온 도둑놈을 눈이 뚫어지게 쳐다봤다.

난 속으로 “내가 지금 고문받으러 고문실에 왔나. 도둑놈이 도둑놈 보고 도둑이야 한다더니”라고 생각하니 속이 또 확 뒤집혔다.

그러나 속을 꾸욱 누르며 “나 대마초 피우다 들어온 유퉁이요. 잠 좀 잡시다. 반갑소” 하며 인사를 던졌다.

다섯 놈 중 대장쯤 되어 보이는 놈이 “추운데 고생많았죠. 이 방의 봉사원입니다” 하며 차분하게 말하는데, 난 이불 위에 털썩 주저 앉아 “에이 씨팔 조옷 같은데 왔네” 하며 이빨을 뽀득 뽀득 갈았다.

그러자 지킬 사항만 간단히 말하곤 자기의 속옷 중 남은 것을 추운데 입으라며 정중히 건네주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네…” 싶었고, 나 역시 그때서야 “고맙소” 하며 눈빛을 풀었다.

또박또박 존댓말을 쓰며 정중하게 대하고, 또 자상하게 대하는 봉사원의 친절에 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갔고, 그날 밤을 꼬박 새며 봉사원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봉사원은 돈 좀 있는 색마의 요구를 거절했기에 걸려든, 더러운 사건의 피해자였다

다음날 날이 밝자 마자 독방행을 결심하곤 주임면담을 신청했다.

봉사원은 독방을 고집하는 내가 이상했는지  “왜 추운데 독방으로 가냐. 남들은 독방이라면 모두 피하는데 독방에 가면 후회한다”며 계속 나를 달랬다.

“그냥 혼자 있는게 편함니더” 하고 얘기하고 있는데, 그 때 잘나가는 놈들이 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기웃거렸다.

난 또 속이 뒤집혀져 “이런 새끼들 사람 처음 보냐”며 악을 썼다. 그러자 그 놈들은 슬그머니 딴청을 피우며 지나갔다.

야 이거 피곤하구나 싶어 “이곳에 건달 보스급 아이들이 들어와 있습니꺼” 하고 봉사원에게 물었다.

봉사원은 영등포 쪽 아이들이 몇 명 있다고 했다.

영등포면 서울의 내 터와 같은 곳이었다. 영등포 건달들과는 친형제처럼 지냈고 영등포 동생들 경조사땐 꼭 참석해 내 할일을 10번이나 넘게 했는지라 반가웠다.

마침 몇몇 아이들이 인사를 왔다. 그중 한놈은 영등포 구치소내 재소자들 중 두목급 쯤으로 보이는데 내게 인사를 깎듯이 했다.

“퉁이 형님 인사올리러 왔습니다.”

나는 바로 말을 놓으며 “그래 고향이 어데고?”라고 말했다.

“대전입니다.”

“그라먼 누구누구 알겠네?”

“네~  큰형님 되십니다.”

나는 “개안타 피곤하니까 그만 가거라”라고 하고선 이내 돌려보냈다.

이 놈은 가만 보니까 자기 마음대로 구치소 내를 활보하고 다니는 놈 같았다. 이 놈이 인사를 하고 난 뒤 한 30분쯤 됐나?

갑자기 복도가 떠나갈 듯 “유퉁” “유퉁” 하며 고함을 치는 놈이 있었다.

난 눈깔이 확 뒤집어져 “어떤 새끼가 남 이름 개같이 부르고 지랄이야” 하고 맞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교도관이 와서는 독방에는 간혹 또라이들이 있으니 이해하고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