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쌀 시장개방 미룰 경우 이해당사국들에 보상 해야
한국, 쌀 시장개방 미룰 경우 이해당사국들에 보상 해야
  • 주영준 기자
  • 승인 2014.07.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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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고언

호베르토 아제베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한국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쌀 관세화(시장개방)를 더 미룰 경우 이해당사국들에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쌀 관세화 유예의 특별대우'를 유지하는 방안에 관한 질문에 한국이 쌀 시장 개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WTO 회원국들과 추가 유예기간 및 이해당사국들에 대한 보상에 관해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관세화 추가 유예를 선택할 경우 부담해야 할 보상에는 쌀 이외 다른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쌀이나 여타 품목에 대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증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아제베도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한국이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에 따라 의무 수입해야 하는 최소수입물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필리핀은 지난달 WTO로부터 쌀 시장 개방 유예를 5년(2012.7-2017.6) 더 연장받는 대가로 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고 쌀 이외 다른 품목을 추가 개방키로 했다. 필리핀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WTO 회원국들과 쌀 관세화 유예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아제베도 총장은 "한국의 쌀 관세화 의무는 현재 진행 중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관계없이 WTO 농업협정에 따라 이행돼야 한다"면서 "농업협정 부속서에 앞으로 관세화 유예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시 농업협정 부속서 5에 대한 회원국들의 합의에서 시작된 역사가 오래된 이야기"라며 "쌀 관세화는 그에 따라 한국이 약속했던 의무"라고 지적했다.

국내 일부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은 DDA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MMA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관세화 유예의 재연장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쌀 관세화를 연장한 한국은 오는 9월까지 쌀 관세화 여부에 대한 방침을 WTO에 통보해야 한다.

한국의 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0만5천t이었고, 이후 매년 약 2만t씩 늘려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는 국내 쌀 생산량의 10% 수준인 40만9천t까지 수입하게 돼 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였던 일본은 유예 기간 만료 1년 전인 1999년 관세화로 조기 전환했고, 지난 2002년 WTO에 뒤늦게 가입한 대만은 가입 첫해만 유예하고 이듬해에 곧바로 관세화로 전환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답변서를 보낸 데 이어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인터뷰를 갖고 한국의 쌀 관세화 유예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