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복자 124위, 대한민국 땅에서 다시 피어나다”
“조선 복자 124위, 대한민국 땅에서 다시 피어나다”
  • 주장환 취재국장
  • 승인 2014.07.0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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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복자로 선포되는 순교자들 上

 
서울 광화문·서울광장·청계광장 일대서 시복식 열어

<1790년 베이징 교구장인 구베아 주교는 조선 로마 가톨릭 교회에 제사를 금하도록 했다. 윤지충과 외종사촌 권상연은 이에 부응코자 집안에 있던 신주를 불살랐다. 1791년 여름 윤지충이 모친상을 당하여 권상연과 함께 어머니의 유언대로 유교식 상장(喪葬)의 예를 쓰지 않고 조문을 받지 않았으며, 로마 가톨릭 예식으로 장례를 치러 종친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대한 소문이 중앙에 전해지자 당시 상식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선은 흔들렸다. 정조는 천주교 탄압을 주장하는 노론 벽파에게 실권을 주었다. 진산군수 신사원에게 윤지충과 권상연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신사원은 자수한 두 사람에게 배교를 권유했으나 실패하자 전주의 전라 감영에 보냈으며 1791년 12월 8일 전주 남문 밖(현재 전동성당 자리)에서 참수형 당했다.>

▲ 절두산 한국 순교성인 시성 교육기념관 건물에 걸린 윤치중과 123인 시복결정 축하 현수막.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박해와 순교의 땅, 한반도에 발을 디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식을 통해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는 복자(福者)로 선포된다.

복자는 성인(聖人) 이전 단계이다.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1857년 한국 교회에 처음으로 82명의 가경자(可敬者:시복을 위해 조사를 시작한 사람에게 잠정적으로 주어지는 존칭)가 선포되었고, 이들 중 79위가 1925년에 복자에 올랐다.

1984년 한국을 방문한 요한 바오로 2세는 103위의 한국 순교자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하느님 나라에서 이미 복된 삶을 누리고 있을 순교자들을 교회가 복자와 성인으로 선포하는 이유는 하느님과 천상교회에 영광을 드리고 세상 안에서 신앙을 고백하는 지상교회에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한국 천주교에서 시복-시성된 인물은 국내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가톨릭 성인 103위가 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해 시성식을 직접 주재했다.

■ 시복식 행사 50~100만명 참가예상

한국천주교회는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서 신해박해(1791),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866) 순교자 중 103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순교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지역에서 현양되던 순교자를 포함해 시복시성을 통합 추진하기로 했다.

2001년 주교회의는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 국내 예비 심사를 마무리 한 뒤, 2009년 5월 20일 시복 조사 문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정식 접수했다.

오는 8월 16일 교황 주례로 진행되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은 서울 광화문, 서울광장, 청계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천주교 측은 시복식 행사를 위해 20만 명의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교황 등을 보러 오는 시민까지 합하면 참가 인원은 50만~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복식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20분간 열리며, 일반 신자의 행사장 입장, 교황의 퍼레이드, 미사 순으로 진행된다. 교황은 광화문 삼거리에서 태평로까지 세종대로를 통해 퍼레이드를 할 예정이다.

시복될 124위 순교지는 서울 서소문 밖 등 총 32곳으로 각기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다했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모성'으로 유명한 시복자 중의 한 사람이 이성례 마리아다. 충청도 홍주 출생인 그는 박해를 피해 떠돌면서 자식들에 성경을 전하고 수리산에 정착한 뒤 남편을 도와 교우촌 개척에 노력했다.

투옥 후 남편이 순교하고 젖먹이 막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며 배교해 석방됐으나 최양업이 신학생으로 중국에 유학 중임이 드러나 다시 투옥됐다.

▲ 창작 오페라 ‘뒤뜸이골 무지개’ 는 최양업 신부의 어머니 이성례 마리아등 가족의 신앙 본보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다.

■ 이성례 삶 담은 당고개 순교지

교황방한준비위원회가 후원하는 창작오페라 '뒤뜸이골 무지개' 는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 성인과 어머니 이성례의 신앙 본보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로 이들 가족들이 걸어간 신앙의 길을 보여준다.

총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아버지 최경환 성인의 묘소를 찾아가는 최양업 신부의 발걸음으로 시작된다. 또한 당시 시대적 배경과 평온한 수리산 교우촌 등 신앙 안에서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3막부터는 최경환 성인이 포도청으로 압송되는 과정, 고문과 회유에도 신앙을 지킨 성인과 하느님의 종 124위에 포함된 '모진 육정을 극복한 위대한 어머니' 이성례의 한많은 모성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리카르도 죠반니니 교수가 작곡한 뒤뜸이골 무지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낭만주의에 이르는 전통적인 클래식 기법과 한국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뒤뜸이골 무지개의 주요 인물 중 이성례는 용산 문배산 당고개 순교성지에 묻혀있다. 이곳엔 이성례 외에도 성인으로 시성된 9명이 순교한 곳이다.

현재 당고개 순교성지는 지하성당과 전시실, 지상 전통 한옥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황토와 기와, 도자기옹기 파편 등을 활용해 우리 전통미를 최대한 살렸다.

특히 지상부는 기와지붕을 얹은 전통 한옥을 중심으로 10명의 순교자가 '어머니 품' 안에서 거하고 있다.

순교 성인을 상징하는 찔레꽃과 매화, 목칼 등은 기해박해 당시 순교자들 넋을 대변한다.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지만 순교성인들을 상징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지하 성전 한지 유리화나 지상 매화문양은 순교자와 성인들의 부활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