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대마초 피운 혐의로 양천경찰서로 잡혀가면서도
(19) 대마초 피운 혐의로 양천경찰서로 잡혀가면서도
  • 신아일보
  • 승인 2014.07.07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애 3년만에 결혼식 날 잡았는데 깨질까봐 걱정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퉁아 마음 편하게 먹고, 밥잘묵고, 운동 열심히 해라.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제?”

“네~ 큰형님, 정말 죄송합니더.”

포항 큰형님께서는, 늘 사고만치는 사고뭉치인 내 마음을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이해해 주시는 내 삶의 큰 기둥이셨다.

큰형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정반장은 차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을 후 하고 쉬었다.

“유선생 내가 참 입장이 난처하네요.”

“아임니더 공직의 본분을 다 하시고 계심니더.”

“김회장이 제일 아끼는 동생이요, 자식만큼 사랑하는 동생이라카는데 내가 입장이 묘하게 됐소.”

정반장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좋아하는 친구의 동생을 잡아가는 갈등 때문이리라.

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며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나 하자며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제가 3년 동안 도둑연애 하다가, 이제사 양가 어르신들께 허락받아, 다음달 15일에 송송골 우리집 마당에서 결혼식날을 잡았는데, 깨질까봐 그기 제일 걱정이지 다른걱정은 없슴니더.”

형사들은 모두 놀랐다.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증거물 확보를 위해 내 집을 다녀온 그들은 내 그림이며, 토우, 도자기 등을 구경하고 놀란 모양이었는지 집 이야기며 작품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마지막으로 현이의 선처를 부탁했다.

“내 죄가 더 무거우니 현이가 처벌을 작게 받게 잘 부탁드립니다.”

“하여튼 의리하나는 끝내주는군. 그나저나 유형도 하루 빨리 변호사를 선임하고 일을 잘 해결해 나가도록 하시요. 30년 이상 형사생활하며 수없이 많은 범죄자를 압송했지만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적은 처음이오.”

양천경찰서가 가까워 올 때쯤 28세의 신참 형사가 나섰다.

전라도 사투리를 억세게 쓰는 그는 나를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 경찰복을 벗으면 나와 함께 험한 이 세상을 살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를 해 나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양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동안 나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신 정반장님과 신참형사의 애정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뒷날 영등포 구치소로 송치되어 16일만에 금보석으로 출소할 때, 정반장님은 구치소앞에서 나를 기다리다, “퉁아, 고생했제 미안하다” 하며 기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