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희망을 찾는다] 강원 홍천 ‘전원칼럼리스트 박인호 씨’
[농촌에서 희망을 찾는다] 강원 홍천 ‘전원칼럼리스트 박인호 씨’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4.07.02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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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보다는 행복한 귀농귀촌 목적으로 해야”
▲ 박인호 씨.

22년간 경제신문 기자활동 후 돌연 ‘귀농’
친환경 농사 지으며 저서집필·강의활동 이어가

[신아일보=김가애 기자] 22년간 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박인호(51) 씨. 쌓여만 가는 업무와 스트레스, 그리고 도시생활에 지친 그는 2010년 가족과 함께 강원도 홍천 산골로 귀촌했다.

“귀농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은 맞지만, 내 주된 소득은 농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 귀농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귀촌 반귀농’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다”며 고 스스로 평했다.

1989년 모 경제신문사에 입사했던 그는 22년 동안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새벽 6시에 열리는 회의를 위해 언제나 새벽바람을 맞으며 출근길을 재촉했고, 하루 종일 고된 업무를 이어갔다.

늘어가는 술자리에 건강도 좋지 않아졌고, 점점 예민해져가는 자신을 보며 더 큰 실의에 빠지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던걸까. 그의 아내는 그에게 “농촌으로 가자”고 제안했고, 도시생활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그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사실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에요. 저에게는 ‘시골 DNA’가 있습니다. 바라고는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계획을 집사람이 먼저 제안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두 딸과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자녀 교육 때문에 망설여지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귀농·귀촌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자녀의 교육문제다. 흔히들 농촌에서는 자녀의 교육을 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그는 “농촌 환경이 오히려 자녀들의 인성·감성 교육에 더 좋다”며 “반드시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침을 놓는다.

그러면서 “현 시대에 가장 활용성이 높은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 친환경 농사를 통해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 밭작물은 대부분 다루고 있다. 식생활 자급자족을 우선으로 한 뒤, 남은 양은 시중에 소량 판매한다.

하지만 그의 주된 수입원은 농사가 아닌 ‘글’이다. 그는 ‘전원생활’ 전문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시중에 나온 저서도 몇 권이나 된다.

그러면서 그는 왕성한 강의활동도 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 경기도농업기술원, 강원도청, 구로구청, 노사발전재단, 농협대학, 건국대학교 등에서 ‘귀농·귀촌-전원생활’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귀농·귀촌의 현실은 냉엄하다. 당장 귀농·귀촌을 한다고 하더라도 농사를 통해 일정한 수입이 발생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귀농·귀촌을 하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씨는 “초기에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힘들었지만, 당초 수익을 목적으로 귀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농은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그는 “막연하게 귀농·귀촌을 꿈꿨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칫 기대와 환상만을 안고 시작하는 전원생활은 위험천만하다는 것.

이를 위해 그는 ‘성공한 귀농·귀촌’보다는 ‘행복한 귀농·귀촌’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 명예, 편리함 등을 추구하는 도시의 가치는 결국 성공이다. 반면 농촌은 느림, 안식, 힐링, 건강 등 행복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