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떠난 님 가을에 오신다"는 보살님에
(16) "떠난 님 가을에 오신다"는 보살님에
  • 신아일보
  • 승인 2014.06.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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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자나 만날수 있게 기도 부탁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농장사장님은 나를 보자마자 대뜸 “유퉁씨 내가 얼마전에 용한 보살을 한분 만났는데 기똥이 메아리 칠 정도로 내 사주를 알아맞추는데, 내가 입을 딱 벌리고 놀래뿌쓰요”라고 말했다.

그보살에게 내 얘기를 했더니, 꼭 한번 뵙고 싶다 했다며 함께 가자고 했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갑시다 심심한데 얼마나 용한지 내 사주도 한번 보지머”하며 용하다는 제천의 보살집으로 향했다.

조그만 쓰레트 집에 도착한 나는 오줌이 마려워 급하게 화장실로 향했고 가는 도중 마주친 보살님은 아주 다소곳하게 두손을 합장하여 인사를 하는데 볼일이 급한 나는 간단히 고개만 숙이고는 시원하게 볼일부터 보고 보살님이 모셔논 법당으로 들어갔다.

애기 동자를 모시고 있다는 그 보살님은 온 방안을 장난감으로 가득 채워놓고 있었고 이런 저런 지난 일들의 얘기로 얘기 꽃을 피우며 한 30분 지났나?

얼마나 용한지 내 사주 한번 물어봐야지 생각하며 단둘이 얘기할 조용한 방으로 옮겼는데 그 방으로 옮기자 마자 그 보살님 자세를 딱 잡고는 천하잡놈인 나한테 큰절을 올리더니 “선생님, 제 사주 좀 봐주십시오” 하는게 아닌가.

이게 또 무슨 소린고? 아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주 잘보기로 소문난 집에 내 사주보러 갔다가 내 사주는 보지도 못하고 남의 사주 봐주는 상황이 되었으니 참말로 웃기는 상황이 벌어진게 아닌가.

자~ 이 보살님 나한테 하는 첫마디, 어제 꿈에 내가 보이더란다.

참말인지 거짓말인지 믿어야 될지 안믿어야 될지, 하여튼 나도 모르게 내입에서 거침없이 나오는 말들 한마디 한마디에 꼬랑지 팍 내리고 억쑤로 순하고 착한 학생같이 내 말을 들으며 맞장구를 치는데 한 30분 정도 상담을 했나?

상담이 끝나자 가슴속이 다 후련하다며 경비하라고 봉투에 10만원짜리 수표를 넣어 주는데 안받을라했드니만 억지로 넣어주기에 모른체 하고 받았다.

그때 지나가는 말로 “보살님 이놈 사주는 어떻소” 하고 물었더니 “떠난 님이 가을에 오심니다” 하더라.

나는 속으로 “떠난 혜선이 가을에 온다꼬? 아인데 안올낀데?”하며 “보소! 보살님 가라케도 안가고 떠나라케도 안떠나는 내인생 마지막 여자나 만나구로 부처님전에 기도나 좀 해주소” 한마디 내뱉고는 훌~쩍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