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숭배 대상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
"한국 교회 숭배 대상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6.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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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해부한 책 '욕망과 환상' 펴낸 이철 교수
▲ 이철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대형 교회 하면 목사의 일탈 행위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에도 일부 목사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말썽을 빚었다. 모범이 돼야 할 대형 교회가 오히려 기독교 전체를 욕보이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이철(56, 사진)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이런 문제를 비롯해 한국 교회를 독특한 시각으로 들여다봤다. 새로운 문화사회학 관점에서 교회를 해부한 책 '욕망과 환상'(시대의 창 펴냄)을 낸 그를 최근 서울 상도동 숭실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프리 알렉산더와 필립 스미스에서 시작돼 최근 국내에 소개된 '문화사회학'(Cultural Sociology)이란 무엇일까.

"신념이나 가치, 의미, 소망 같은 문화적 요소가 물질이나 사회, 정치 구조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개인뿐 아니라 집단, 제도, 구조 등을 통제하거나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에 중점을 둔 연구가 문화사회학입니다."

알렉산더와 스미스는 기존의 문화사회학(Sociology of Culture)이 문화의 자율성과 그것이 사회와 개인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고 봤다.

이 교수가 새로운 문화사회학과 자크 라캉, 슬라보이 지제크 같은 후기구조주의 학자들의 이론, 정신분석학, 뒤르켐의 사회학 등을 접목시켜 교회를 분석한 끝에 내린 진단은 "한국 기독교가 '인간성의 종교'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교회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 한국 교회의 숭배 대상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목사를 숭배하고 신도를 숭배하고 어떤 때는 교회를 숭배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위험한 상황이 된 거죠. 많은 목사는 많은 교인이 출석토록 하고 헌금을 많이 하도록 교인들을 극진히 모시기도 합니다."

인간성의 종교가 너무 높아지면 새로운 우상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목사들의 설교에서도 이런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신도뿐 아니라 목사들도 세상적인 성속(聖俗)의 코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한다.

"목사들이 입으로는 솔로몬을 말하면서도 본인의 헛된 욕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모든 것을 가져도 헛되고 헛되다는 게 솔로몬의 얘기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욕망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라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그는 헛된 욕망 대신 세상이 욕망으로 여기지 않는 진정한 욕망인 종교적 진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 가득 찬 물신주의와 교회세습, 대형화, 기복신앙 등이 모두 욕망의 모습들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아버지가 목사이자 신학대 교수였던 그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목회자들의 망언 논란을 어떻게 생각할까.

"긍휼의 마음이 없는 겁니다. 작은 것, 약한 것을 아끼고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교회만 컸지 따뜻한 마음은 교회의 덩치를 전혀 못 따라가는 거죠."

이 교수는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힌 한국 교회와 교인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주장하기가 이제는 힘들다고 탄식했다. 오히려 세상에서 버려져 밟히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의 질적 성숙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인 윤리 실천이 교회와 교인의 삶에서 점차 쇠진해 가고 있습니다. 쇠진이 계속되면 결국 소멸합니다. 교회의 앞날을 위해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겠습니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