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검무' 유네스코 등재 위해 애쓰는 늦깎이 졸업생
'진주검무' 유네스코 등재 위해 애쓰는 늦깎이 졸업생
  • 진주/김종윤 기자
  • 승인 2014.06.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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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 예능보유자, 진주검무보존회 김태연 회장

▲ 진주검무보존회 김태연 회장은 57살의 나이에 경상대 민속무용학과를 졸업하고,진주검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 진주검무는 1967년 1월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됐다. 무희 8명이 춘다고 하여 진주팔검무라고도 한다.

현존 궁중계열 무용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궁중계열의 춤에서 지방 민속무용으로 변화되어 왔고, 예부터 많은 행사에서 진주검무를 헌무(獻舞)로 올리는 것이 상례(常禮)였다.

진주검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진주검무보존회 김태연(66, 예능보유자) 회장이 주인공이다.

오는 12월 진주검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학술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김태연 회장의 남다른 이력이 새삼 화제다.

30대 중반에 우연히 진주검무 예능보유자인 고 김수악 선생을 만나 가야금ㆍ장구ㆍ전통무용 등을 사사한 김태연 회장은 1986년 진주 진주국악학교 1기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이후 진주민속예술보존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예능보유자인 고 성계옥 선생으로부터 진주검무ㆍ진주포구락무ㆍ한량무ㆍ의암별제 등 모든 춤을 배운다.

배움에 대한 김태연 회장의 열정이 그의 인생을 전환시키게 되어 1990년에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해 45살이던 94년에 졸업했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었다.

김태연 회장은 2000년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민속무용학과에 입학했다. 지도교수 임수정 교수는 "당시 5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며  “춤 실기는 기본이 돼 있어서 금방 배울 수 있었겠지만, 이론은 젊은 학생들처럼 따라 배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의 열정은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고 회고한다.

“진주검무를 배우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는 김 회장은 “이론에 약하면 절름발이 예술인이 되기 쉽다”며 “이론과 실기를 갖춘 완벽한 예술인이 되고 싶다”고 말해 왔다. 자신의 말을 스스로 실천한 것이다.

졸업발표를 앞두고 발등을 다쳐 뼈에 금이 간 상태로 고통을 참으며 발표공연을 마친 학사 김태연은 “혼자서 회환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닐 수 있게 도와준 가족과 지도교수, 같은 과 동기들 모두 고마운 분들”이라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2010년 진주검무보존회장에 취임한 김태연 회장은 같은 해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된다.

연 20회 이상 국내외에서 공연을 해온 김태연 회장은 오는 6월 10일 소록도 위문공연을 앞두고 마음이 설렌다.

지난해 12월 한센병 집단 거주지인 산청 성심원 공연을 한 뒤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는 김 회장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으로부터 찾아가는 무형문화재로 소록도 공연을 제안받았을 때 “나의 몸짓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따뜻한 교감을 나누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매주 토요일 진주성 촉석루에서 열리는 진주시무형문화재 토요상설공연을 책임지고 있고, 7월 6일에는 서울 국립국악원 우면당 초청공연, 10월초 진주검무 정기발표공연, 11월 고 성계옥 선생 추모 및 기획공연 등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고 성계옥 선생 추모공연은 4월 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로 일정이 연기됐다.

김태연 회장은 “진주검무는 춤으로서 가장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제 12호로 등록된 값진 유산이다. 근래에 이르기까지 진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질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문화유산이다”고 말하면서 “의기 논개의 나라사랑하는 충절을 기리고 추모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헌무로 올려졌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개천예술제 서제식에서도 꼭 헌무로 올려진 진주의 값진 보물”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춤을 넘어 진주정신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인 것이다.

실제 유네스코 당국은 지난 2000년부터 진주검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2000년 무형문화재 보존을 위한 제3차 유네스코 국제연수 워크숍’에서 인간문화재로 초청된 고 성계옥 선생은 의암별제와 진주검무에 대해 발표해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김태연 회장은 “진주검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그날까지 진주시민은 물론 범국민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사람들에게 언젠가 한번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항상 노력하고 준비된 삶을 살아야 한다”며 “그래야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문화예술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김태연 회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단체 등에서 예술인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한 김태연 회장의 지금 목표는 진주검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것이다. 그의 꿈은 멀지 않아 보인다.

진주검무를 위해 인생을 바친 그의 삶은 항상 노력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등재라는 기회가 왔을 때 김태연 회장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