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에 희망의 학교 짓는 오인돈 신부
'킬링필드'에 희망의 학교 짓는 오인돈 신부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6.02 13: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회 캄보디아 교육사업 총책임…"희망은 교육뿐이죠”
▲ 오인돈 신부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20여년간의 내전에서 지식인 대부분이 살해됐고, 부정부패를 처음 배우는 곳이 학교입니다."

캄보디아 예수회 미션 한국관구장 대리 오인돈(50, 사진) 신부는 28일 캄보디아에 학교를 세우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에서 주로 사회복지 분야 일을 해 온 예수회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교육사업에 뛰어든다. 예수회 한국관구가 그 책임을 맡았다.

우선 태국 국경과 가까운 캄보디아 북서부 농촌도시 반티에이 미은쩨이 지역에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올해 주민들을 위한 지역개발센터를 짓는 데 이어 2016년부터 12년에 걸쳐 초·중·고교와 교사 양성소를 설립해 기본적인 지역교육의 틀을 완성할 계획이다.

1980년 전쟁난민 지원을 위해 처음 캄보디아에 들어간 예수회는 지금까지는 주로 전쟁 부상자나 장애인, 빈민층 지원을 해 왔다.

"현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위해 뭘 해야 할지 23년간 고민을 한 결과가 교육입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고 예수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니까요."

오 신부는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까 하다가 수도 프놈펜이 아닌 북쪽의 작은 국경도시에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평균 교육기간은 5.8년이다. 문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진학률은 27%, 대졸 이상 학력을 지닌 교사도 12.9%밖에 안 된다.

교사의 봉급도 제대로 주질 못하니 학교도 비리투성이다.

무상교육이지만 교사들은 가르칠 내용의 절반은 그냥 가르치고 절반은 뒷돈을 받는다. 시험 때도 교사에 돈을 주면 부정행위도 눈감아주고, 상급학교 진학 시험도 돈만 있으면 무사통과다.

이런 고리를 끊지 못하면 캄보디아 전체가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에서 제대로 된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고.

"캄보디아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태국, 베트남이란 강국 사이에서 숱한 침략을 당했지만 앙코르 와트로 대표되는 훌륭한 문화와 단일문자를 가진 똑똑한 민족입니다. 교육으로 발전한 우리의 경험을 전해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비에르 학교 설립에는 모두 80억∼1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오 신부는 그중에 절반은 한국에서 조달하기를 바라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오 신부는 캄보디아에서 17년을 살았고 남은 인생도 그곳에서 살 계획이다. 그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인 프란치스코의 방한에 대해 "한국에서는 어떤 파격을 보여주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