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풀려면 손부터 잡아야
남북관계 풀려면 손부터 잡아야
  • 신아일보
  • 승인 2014.05.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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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교황방한 등 완화 무드
체육-종교 통한 신뢰 쌓기가 초석돼야

남북관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날선 공방으로 피로감을 적층시켜 오던 남북관계가 풀릴 조짐은 북한이 지난 23일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 방침을 밝힌데서 비롯됐다.

정치가 안 풀릴 때 스포츠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가 그 대표적 사례다.

한반도에서는 1990년 경·평축구,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 등을 꼽을 수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대회에 맞춰 파견된 대규모 북한 응원단도 화해 분위기를 낳기에 충분했다.

아시안게임 참가 방침을 전하기에 앞서 북한은 염수정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을 허용해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염 추기경의 방북은 여러가지 추측과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당국간 채널을 넘어선 북한의 관계 회복 모색이 종교적 접근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한다.

추기경 측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 둔 시점이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교황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일본을 묶어 두기위해서는 한반도에서의 안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북한이 무턱대고 중국의 요구를 거절할 처지가 못 된다.

쓸데없는 도발로 긴장을 높여 미국과 일본에 자극을 준다면 중국의 입장이 매우 곤란해진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해 회초리와 당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협박과 도발을 지속해 나가면서 엄포를 놓고 있지만 남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수법을 장기간 써왔다.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우회적 접근을 통해 경색관계를 풀어나가곤 했다.

마침 남한에서는 국방-외교라인의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에 와 있다. 지난 주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물러남으로써 대북관계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가진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던 수위도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전과 달리 25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대남비난과 관련된 기사를 한 꼭지도 게재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이전 날에도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비판하면서 6·4 지방선거를 현 정부에 대한 심판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선동한 논평을 제외하면 별다른 대남비난 기사를 싣지 않았다.

물론 이런 점을 가지고 ‘뒤집기가 여반장’인 북한이 본격적인 대화국면에 나설 지는 아직 모른다. 특히 6.4지방 선거는 그들에게 박근혜 정부에 일타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조금 더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가장 큰 걸림돌인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불안감 조성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남의 집 잔치’에 오겠다고 해놓고 뒷통수를 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보통 막걸리라도 한 병 사들고 와 손을 잡고 축하해 주는 게 우리네 풍습이고 보면 북한이라고 해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