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실명제시대 아임니꺼?
(10) 실명제시대 아임니꺼?
  • 신아일보
  • 승인 2014.05.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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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퉁국밥집으로 작명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아빠, 실명제시대 아임니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118kg 나가는 큰아들 호걸이 놈이 또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 놈은 아예 나의 해결사다.

“아빠 요새는 실명제시대 아임니꺼 딸기농장 사장님도 딸기박스에 조상으로부터 물리받은 자기 이름쓰고 사과농장 아저씨도 자기가 농사지은 사과라꼬 보란 듯이 빡스에 자기이름 쓰는 세상, 바로 실명제시대 아임니꺼.”

“그래서 국밥집에다가 느그 아버지 이름을 부치라 이말이가?”
“예~” “그라모 유퉁국밥집?”
“예~” “하하하 말된다 말되 유퉁국밥집이라.”

그날 밤 또 잠못잤다. 나하곤 단 한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은 J씨 형님의 가게를 살리기 위해 세상사람들 다 아는 내이름 ‘유퉁’을 국밥집 앞에다가 턱 부친다 이 말인데? 아니 이걸 우째야 되노? 내 재산중 가장 큰 재산이 머꼬?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이 퉁퉁한 육체하고 세상사람들 다 아는 이름 ‘유퉁’인데 자식놈은 내보고 내 전재산을 식당이름으로 갖다 부치라카이 이걸 우째야 되노?

하루밤을 꼬박 고민에 고민으로 밤을 지샌 나는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잘은 모르지만 시저가 루비콩 강을 건널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던데 하여간 나도 그런 심정이었다.

“그래 호걸이 말이 맞다 유퉁국밥, 유퉁이국밥 그래 유퉁의국밥, 유퉁의국밥집이다. 앉아 있어도 세월가고 서있어도 세월가고 걸어도 세월가고 뛰어도 세월가고 세월은 바람같이 그냥 지나가능기다. 내 얼굴과 내 명예를 걸고 한 번 해 보자.”

여태껏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내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었는데 내가 내린 이 결정이 잘못된다면. 즉, 유퉁의국밥집은 맛있는 국밥집, 유퉁의국밥집은 괜찮은 국밥집, 유퉁의국밥집은 또 가고 싶은 국밥집이 된다면 모를까 유퉁의국밥집은 그냥 그런 국밥집, 유퉁의국밥집은 별로던데?, 하는 국밥집이 된다면 이것은 바로 내얼굴에 내가 똥칠하는 것 밖에 안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