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서 유실물 발견'…애타는 가족들
'30km서 유실물 발견'…애타는 가족들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5.0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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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물 30km 이상 흘러가…대책본부 2단계 차단망 넘어

구조수색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시신유실 방지 전담반까지 구성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신유실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일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4.5㎞가량 떨어진 곳에서 여학생 시신이 발견됐다.
사고 지점에서 제주도 방향으로, 이틀 전 여학생 시신이 발견된 곳과는 정반대다.
유실 거리도 지난달 30일 2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시신보다 훨씬 더 멀리 떠밀려갔다.
대책본부는 다만, 이 여학생은 선내에서 수습한 뒤 나오던 과정에서 잠수사가 놓쳐 물살에 떠내려갔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1시간 30여분 만에 4km 이상 떠밀려 갈 정도로 물살이 센 곳임이 확인된 셈이다.
유실물도 대거 발견되고 있다. 전날 외병도 근해에 설치한 닻자망에서 침대 매트리스 2점과 작업복 1점이 수거됐다.
외병도는 사고해역에서 15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대책본부가 2단계 차단망으로 닻자망을 8km 폭으로 설치한 곳이다.
2단계 차단망을 벗어난 곳에서도 유실물이 무더기 발견되고 있다.
가방, 슬리퍼, 잠옷 등이 수습된 진도군 지산면과 금갑 해안은 사고해역에서 북동쪽으로 30km가 넘는 곳이다. 3단계 수색반경이 신안 가거도에서 추자도 해역(40∼60km)인 점을 고려하면 유실물이 흘러간 거리를 짐작할 수 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에는 사고해역에서 7km 떨어진 서거차도에 대형 컨테이너 2개가 떠밀려오기도 했다. 유실된 시신이 차단망을 벗어났을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특히 시신 유실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그물 설치 등이 사고 발생 7일째에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침몰 직후는 물살이 센 사리때여서 배 안에서 시신이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실종자 수색 초기에 시신 40여구가 세월호 주변에서 수습된 점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때는 발생 16일 만에 사고현장에서 32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수습되기도 했다.
팽목항을 지키는 한 실종자 가족은 "온전한 자식의 얼굴이라도 봐야 할 텐데…. 못찾으면 어떡해"라며 눈물을 쏟았다.
한 실종자의 아버지는 "더 이상 '살려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시신만이라도 찾아달라"며 절규했다.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대책본부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전담반을 구성한 대책본부는 접근이 쉽지 않은 사고해역 인근 211개 무인도 부근에 진도지역 어선 213척을 동원 수색하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금어기여서 철거해야 할 낭장망(조류에 의해 들어간 고기를 잡는 긴 자루 같은 그물) 489틀(개)도 설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3척은 사고해역 외곽 신안 가거도와 추자도 해역(40∼60km)을 수색중이다.
정총리는 앞서 수협중앙회장과 진도군수협조합장에게 모든 어민(어선)을 동원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인접 신안과 해남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수색에 참여하는 어민들도 늘고 있다. 대책본부는 이와는 별도로 주변 해역에 시신 등이 떠밀려 올 것에 대비, 해안순찰을 강화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시신 유실에 대비해 일본과 중국에 신원불상 시신이 떠밀려오면 연락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국제공조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는 발생 25일 만에 희생자 279명의 시신을 모두 인양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46명 중 6명을 끝내 찾지 못해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