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린 나라 한국, 이젠 사랑합니다"
"나를 버린 나라 한국, 이젠 사랑합니다"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5.0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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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입양 융 감독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 개봉
 

"엄마가 아이를 싫어하고 밀어내도 아이는 엄마를 사랑하게 마련입니다. 나는 여기서 태어났고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내 뿌리는 바로 여기에 있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인 1971년 벨기에로 입양된 융 에낭(한국명 전정식·49, 사진) 감독이 자전적인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의 오는 8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입양아들이 결국 자신의 뿌리를 깨닫고 태어난 곳을 사랑하게 된다"며 모국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어렸을 때에는 한국이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는지 화나고 슬펐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난 나라를 부정하는 동안 내가 불행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내 자신을 되찾기 위해 뿌리인 한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입양이나 혼혈, 이주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한국에도 있다면 "어떤 상황에 있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저는 완전한 유럽인도 아니고 완전한 한국인도 아니지만, 그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많은 다른 입양아들이 정체성 혼란으로 힘겨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자신을 받아들이고 두 가지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또 "아직도 한국의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를 해외로 많이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해외 입양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화는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안시(관객상·유니세프상), 자그레브(대상·관객상), 아니마문디(작품상)를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 80개 영화제에 초청돼 22개 상을 휩쓸었다. 오는 16일에는 '세계 입양인의 날'을 기념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상영회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