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되든 기다릴테니 얼른 돌아와"
"언제가 되든 기다릴테니 얼른 돌아와"
  • 온라인 편집부
  • 승인 2014.04.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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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운동장서 '무사 귀환' 기원 촛불 집회
▲ 18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전남 진도 해상 침몰 여객선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위한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언제가 되든 기다릴테니 웃는 모습으로 얼른 돌아와"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한 사고가 발생한지 사흘째인 18일 오후 8시.

단원고 운동장은 다시 실종된 친구들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간절함으로 채워졌다.

단원고 1·3학년은 물론 인근 중·고등학교 학생과 지역주민 1000여명은 전남 진도해역에서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실종한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메시지 전달식'을 1시간 가량 가졌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침묵기원에 참여한 인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였다.

운동장 맨 앞줄에 서 있던 3학년 학생들이 차례로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내려가면서 전달식은 시작됐다.

"꼭 다시 돌아와 웃으며 수업하자",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긴 시간동안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요 부디 안전하게 모두 나오길 바랍니다"

학생들이 메시지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운동장에 함께 모인 이웃학교 학생들과 시민 모두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단원고 교사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슬픔에 빠진 학생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초등생으로 보이는 어린 자녀 셋을 데리고 나온 한 부부는 불을 환하게 켠 촛불 1개씩을 아이들 손에 꼭 붙들려주고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중년 남성은 메시지 전달식이 다 끝나 학생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뒤까지도 운동장을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하늘과 학교를 번갈아 바라봤다.

얼굴이 흠뻑 눈물로 젖어 귀가하던 동네주민 이정길씨(54·여)는 "난 아무 상관도 없는 그냥 동네사람이지만 아이들의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하루빨리 구조작업에 진전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학교 본관 1층 앞에서는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안산시민 촛불 기도회가 3일 연속 진행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