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성 기후변화로 한반도 생태환경 급변
아열대성 기후변화로 한반도 생태환경 급변
  • 온케이웨더
  • 승인 2014.04.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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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재배지역 북상·제습기 필수품 등극…파장 확산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일찍 피었다. 전국의 벚꽃이 일제히 봉우리를 터뜨려 지자체나 해당 기관 관계자들은 벚꽃행사를 앞당겼고, 상춘객들은 빨라진 벚꽃을 보기 위해 종종걸음을 쳤다. 이는 한반도 기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반도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8℃ 상승했다. 전 지구 평균보다 2.4배나 가파르게 온난화가 진행됐다.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면서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다.
 
 
각자 터를 잡고 자라던 식물들의 서식지가 이동할 뿐만 아니라 우리 땅에서 뿌리내리던 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겨울이 짧아지는가 하면 대표적인 아열대 작물인 망고가 재배되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고등어 등의 어획량도 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1981∼2010년 국내 10개 지점의 계절 지속기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일 평균기온 20℃, 일 최고기온 25℃를 넘는 여름이 1980년대에 비해 최대 10일 이상 길어졌다.
 
더운 지역의 대명사인 대구는 1980년대에 여름이 116.1일이었지만 2000년대에는 평균 124.4일로 그 길이가 넉 달을 넘어섰다. 서울도 111일에서 118.8일로 일주일 이상 여름이 길어졌다.
 
이는 단순히 계절의 변화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농·어업 지도만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는 물론 사람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어 가는 한반도의 판도를 짚어봤다.
 
아열대 기후로 과수 재배지역 북상…지자체 축제 존폐 기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과수재배의 작물지도가 급변하자 전국 지자체들이 기후적응 품종과 대체작목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말에는 남한 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반도 최남단인 제주도는 이미 아열대 북쪽 한계선으로 분류돼 있다. 제주도의 특산품이던 감귤은 재배지가 전남 완도, 여수, 경남 거창으로 북상했고 한라봉도 서귀포에서 전남 보성, 담양, 순천, 나주 등지로 확대되고 있다. 월동작물인 배추, 무 등도 재배지가 북상해 그 자리를 아열대작물들이 대체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망고를 주축으로 용과, 구아바, 아떼모야, 아보카도, 패션후르츠 등 아열대 과수류가 재배되고 있다. 채소작물로는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콜라비, 아티초크, 쓴오이 등이 재배되고 있거나 적응성 검토와 재배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됐던 멜론은 2005년부터 강원도 양구에서 처음 재배된 이후 해마다 재배면적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2년 연속 전국 과채류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는 등 전국에서 품질이 가장 좋은 멜론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
 
▲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함에 따라 과수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사과 역시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대구에서 강원도 평창, 정선, 영월까지로 북상했다.
 
강원도는 현재 557㏊에서 1000㏊로 사과 재배지를 확대하기로 했다. 포도 재배지도 521㏊에서 700㏊로 늘릴 방침이다.
 
강원도의 경우 최근 과수 재배 면적이 2005년보다 27% 이상 증가하면서 소득이 낮은 밭작물 위주의 농업구조에서 벗어나 고품질 과일 생산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바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바다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많이 잡히며, 우리나라 전 해상에선 대표적 온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의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 특산품의 이동은 지역축제의 존망까지 좌우한다. 제주 눈꽃축제는 적은 강설량 탓에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며 매년 4월에 열리던 원주의 치악산 복사꽃축제는 복숭아나무가 줄고 개화시기를 맞추기 힘들어 2008년 폐지됐다.
 
명태의 주산지로 알려진 강원 고성군도 ‘명태 없는 명태축제’를 개최한 지 벌써 수년째이며, 강원도 지역의 빙어축제는 안전을 보장할 만큼 얼음 두께가 만들어지지 않아 매년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제주를 대표했던 유채꽃 축제는 온난화로 인해 전국 각지로 확산되는 추세다.
 
기후변화로 구상나무 사라질 위기·개구리 산란시기 빨라져
 
한편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식물들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구상나무다. 구상나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자생하는 나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멸종위기종이다.
 
소나무과에 속하는 구상나무는 지리산과 한라산, 덕유산 등 고산지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기후 상승 등의 이유로 점차 분포가 줄면서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 보존에 비상이 걸렸다.
 
▲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리산 1000m 고도 이상 지역의 구상나무 군락은 1981년 262㏊에서 2007년 216㏊로 약 18%가 감소했다.
 
구상나무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자생지가 적고 해발 10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등 기후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사라질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는 식물인 만큼 보호가 필요하다.
 
개구리의 산란시기도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빨라지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리산에서 북방산개구리 산란시기를 관찰한 결과 올해는 지난해보다 3일이 빠른 2월 1일부터 산란을 시작했다.
 
이번 관찰 결과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는 매년 빨라지고 있으며 2010년 2월 22일, 2011년과 2012년에는 2월 23일, 지난해는 2월 4일을 기록했다.
 
북방산개구리는 일정기간 따뜻한 온도가 지속된 후 비가 내리면 산란을 시작해 기후변화와 관계가 높은 생물이다. 일시적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개구리는 봄으로 착각해 알을 낳는다. 이후 평년 기온을 회복하게 되면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나 알이 얼어 죽을 수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산란일이 빨라졌다가 추위가 다시 찾아오면 개구리 개체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파충류, 맹금류, 족제비류 등에도 영향을 주게 돼 연쇄적인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습기·공기청정기, 기후변화로 ‘필수가전’ 등극
 

 

▲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제습기 보급률이 올해 25%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한반도의 생태계, 농·어업 지도만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가전제품의 성향까지 변화시켰다.
 
여름 무더위와 습기, 봄·가을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집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던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어느새 ‘필수가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제습기는 한반도 기후가 고온다습한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국내에서 지난해에만 약 120만대가 팔려나갔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제습기와 공기청정기가 올해 전기밥솥, 청소기, 전자레인지를 제치고 국내 중소형 가전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급부상 중인 제습기는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00억 원에서 올해 800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급률도 지난해 12%에서 올해 25%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온라인종합쇼핑몰 롯데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이 작년 동기대비 약 5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실내 빨래 건조나 겨울철 결로 현상 방지, 실내 공기 정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제습기 사용자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며 “이제 제습기는 단순계절상품에서 4계절 상품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사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00억 원에서 올해 5000억원 이상으로 커지고, 보급률은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각 지자체, 기후변화·재해에 강한 도시 만든다
 
전국 각 지자체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울산시는 UN의 ‘기후변화 및 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 글로벌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후변화 및 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란 도시 스스로 재해에 강한 도시 만들기를 목적으로 UN ISDR(재해경감 국제전략사무국)이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미국 4개, 중국 7개, 일본 5개 도시를 비롯한 101개국 1706개 도시에서 이 캠페인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인천, 대전, 경북 등 57개(광역7, 기초50) 지자체가 가입 승인서를 받았다.
 
캠페인에 참여하면 UN으로부터 기후변화에 대응한 재해경감 기법과 매뉴얼을 지원받게 되며, 지자체는 UN ISDR이 제시하는 10가지 필수 이행사항을 실천해야 한다.
 
가입 3년 뒤에는 필수 이행사항 실천과 활동내용을 평가받고 그 결과에 따라 ‘방재안전도시(Resilient City)’로 인증을 받게 된다.
 
ISDR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대규모 재해가 빈발함에 따라 국제협력과 공동대응을 위해 UN 사무국에 설립된 기구로 2010년부터 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