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Book)한류' 기지개 켠다
'책(Book)한류' 기지개 켠다
  • 주영준 기자
  • 승인 2014.04.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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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등 세계시장서 한국작가 '러브콜'
▲ '2014 런던도서전' '마켓 포커스(주빈국) 리셉션'에 참가한 한국 작가들. 북(Book)한류 바람이 일지 주목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문열, 한강, 황선미, 신경숙, 김인숙, 김영하, 황석영, 이승우, 윤태호

'런던 도서전'서 베스트셀러 1위도

서구중심 문학판에 서성대던 주변인에 지나지 않았던 한국문학의 위상이 상당히 달라졌다. K팝이나 드라마 등 연예한류에 이어 '북(Book)한류'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는 상황이다.

지난 주 막을 내린 올 런던도서전에서 우리나라 작가들이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사실 지난 2011년 신경숙이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가지고 미국에 발을 디뎠으나 반짝 관심에 지나지 않았다. 뒤를 잇는 작품은 나오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고은이나 이문열 등 몇몇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에 거론되는 등 포커스가 집중된 적이 있었지만 이 역시 주변부에 대한 호기심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엔 뭔가 달라진 모습이다. 제43회 런던도서전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황선미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 영어판은 영국 대형서점 포일스의 워털루점 종합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았으며 영국 주요서점에서 포지셔닝되고 있다.

한국관을 방문한 웨일스 공 찰스의 후처 콘월 공작부인은 황 작가에게 "작품을 읽어보고 손자에게 읽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익스피어로 대표되는 영국에 비영어권 책이 관심을 끈 것은 극적이다. 모성의 아름다움을 비극적으로 풀어낸 작가의 내공이 먹혀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정명 작가의 '별을 스치는 바람(The Investigation)'은 영국 최대 문학출판사 맥밀런에서 출간됐으며 영국의 전통서점인 '골드스보로'에서 국내작가로는 최초로 사인회를 열기까지 했다.

'미생'으로 유명한 웹툰작가 윤태호도 관심을 끌었다. 영국 쪽에서 먼저 작품이 괜찮다며 초청해 도서전에 참가했다. 도서전 부대행사로 8일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영국 독자들과 만난 행사에는 100여명이 몰려들어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한국 문학과 출판물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요원하다는게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번역에 있다. 문화권이 다르다 보니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특히 남도문학의 맛깔 넘치는 문장등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이 담긴 글을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는 우리나라와 영미권에서 함께 공부한 능력있는 번역가라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맛깔스러운 문장이나 정서와 한이 담긴 문장은 문학을 접하는 또 다른 묘미다. 그 속에 그 민족의 철학이며 생의 애환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작가 이문열은 "1995년부터 영국 시장을 두드려왔는데 별 진전이 없었다. 글을 신통치 않게 썼는지 모르지만,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출판되는 책이 프랑스와 독일이 10권이라면 영미권은 2권밖에 안 될 정도로 출판물 자체가 드물다. 런던도서전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가브랜드다. 우리나라는 최근 K팝의 영향으로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올라갔다. 그러나 이는 대중예술에 대한 이미지에 국한되고 있다. 따라서 고급 문학으로 그 지평을 넓혀야 한다. 브랜드 가치 상승은 국가간의 우호적 관계와도 연관이 있다. 사실 20여 년전만 하더라도 칸영화제에서 한국부스 하나 만들기 힘들었다. 그러나 부산 국제영화제등을 통해 우호를 다진 결과, 지금은 세계적인 영화상을 거머쥐는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도서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도서전을 유치하고 출판사간의 상호교류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상호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려 힘쓰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전문 번역자 양성과 국가 브랜드 제고를 출판 한류 성공을 위한 키워드로 꼽고 있다.

이정일 전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국가 브랜드 만큼 좋은 성공요인은 없다. 후진 신세를 벗어나 세계 출판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방법을 찾기위해 체감도가 높은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영준 기자 youngj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