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한글교실 연 김준태 권익위 조사관
고려인 한글교실 연 김준태 권익위 조사관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4.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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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동포 배움 열기 높아…자원봉사 교사 지원 절실"
▲ 서울 광희동 주민센터 한글교실 앞에 선 김준태 조사관. (사진=연합뉴스)

"고국에 온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하지 못해 힘들어하더라고요.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주말 한글학교를 시작했지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일하는 김준태(50, 사진) 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서울 중구 광희동 주민센터로 향한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주말 한국어 교실'을 열기 위해서다.

수업을 진행하기에 공간이 협소한 탓에 주민센터 3층과 5층에 마련된 수업 공간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면 주말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지난달 초 문을 연 한글학교에 우리말을 배우려는 고려인 동포들이 몰리면서 학생 수가 불과 한 달여 만에 60명에서 90여 명으로 늘어났다.

광희동 주민센터가 고려인들의 왕래가 잦은 '러시아타운'에 있어 김씨가 연 주말 한글학교는 '우리말'이 고픈 동포들의 한글 배움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년 이상을 출입국관리사무소, 통계청, 권익위에서 보낸 김씨가 고려인 동포들의 한글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건 한 토론회 자리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서 고국으로 건너온 고려인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어려움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어 교실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 평일에 수업이 많아 밤늦게까지 일하는 동포들로서는 수업에 참석하기 어려운 현실에 주목했다.

그가 평일이 아닌 주말에 한글학교를 열기로 한 이유다.

김씨는 한글학교가 지속적으로 운영되려면 한글 수업에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마땅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도 털어놨다.

"한글 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려다 보니 생각보다 학생 지도와 교안 작성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봉사 선생님들에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가능하다면 봉사 선생님들이 교재비나 교통비 등 실비만이라도 지원받을 방법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김씨는 권익위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고충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동포 지원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