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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용균 시인 · 전 서울 행정법원장
(3) 김용균 시인 · 전 서울 행정법원장
  • 주장환
  • 승인 2014.04.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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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 쌀 한 톨 만한 덕이라도 될 것인가?"

 

법조인으로30년간 봉직 후 언어 찾기에 나서
연탄나눔 홍보대사로 이타행(利他行) 실행

김용균 시인은 법과 씨름하며 한평생 보낸 사람이다. 젊은 시절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30여년간 법조계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래서 감성과 색조가 혼존하는 문학판에서는 조금 이질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성과 같은 언어적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시를 쓰든 판결을 하든 굳이 직업으로 나눠 평가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메타포가 적절히 이뤄지는 기교를 가지기라도 했다면 그것이 시든 판결문이든 사람들을 행복하게해 줄 수있으니 만큼 인색하게 굴 일도 아니다.

▲ 나무들 사이에 선 김용균 시인. 나무나 꽃들은 그에게 둘도 없는 친구며 시어를 낳아주는 어머니다.

그의 시는 ‘낭만적인 소넷의 집합’이라 평한 작가 박범신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세련된 기교와 복잡하고 다양한 운(韻)의 울림이 명시적으로 다가온다. 그의 시 ‘어머니의 산’을 들여다보자.

「며칠 새 산이 또 그리워져 산그림자 따라서 들어갑니다.

산은 반갑게 나를 품안에 받아주고는 이내 잔잔해집니다.

잔설 덮힌 바위틈 사이로 물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입니다.

산은 차마 끊어질 듯한 우주의 숨소리를 내게 들려줍니다.

(중략)

산마루에 서서 두 손 모으고 석양이 지는 하늘을 우러릅니다.

노을빛에 마지막 사랑을 불태우며 산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서둘러 산을 내려오다가 금세 다시 그리워져 뒤돌아봅니다.

땅거미 진 흐릿한 어둠 속에 늙은 어머니가 누워 계십니다.」

 작가에게 어머니는 그의 삶 전반을 보듬고 있는 품이 넉넉한 산처럼 보인다. 김시인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산은 모성(母性)을 담고 있다. 이렇게 ‘담은 모성’은 ‘대모산’ 이나 ‘모악산’ 같은 시에서도 물기같은 그리움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악산은 그의 고향에서 보는 산이고, 대모산은 ‘늘 붙어 지내는 친구 산’이라고 한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품안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되고, 지친 삶을 위로받고 희망을 얻게 된다’고 털어 놓는다.

그의 이런 생각들은 어떻게 보면, 그가 통달한 법 개념적 사물에서 관념을 제거하려는 작업을 어머니를 통해 이루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는 그가 즐겨 그리는 진달래, 산수유, 들꽃, 모란 같은 꽃과 노거수(老巨樹), 소나무, 겨울나무 같은 나무들을 통해 응축시키거나 파열하게 만들어 도치의 미학을 얻고자 하는 그런 것과 입술을 맞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자연을 내 몸안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면 그로써 넘치는 축복’이 바로 연리지(連理枝)같은 통감으로 뼈저리도록 ‘징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 ‘품안’은 바로 대모산이요, 모악산이며 어머니의 산인 것이다. 사실적 이미지 위에 암시적 이미지를 겹쳐놓은 이런 류의 시들을 통해 그는 세상과 동침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를 그는 ‘동백 옆에서’란 시를 통해 극적인 환유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차마 손 댈 수없는 부드러움에 함초롬 싱그럽게 푸른 잎새, 숨이 멎듯, 피가 멈추듯 붉은 입술로 피어나는 꽃망울(하략). 바로 연이어지는 그리하여 숨이 찰 듯한 ‘쉼표’를 통해 시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건 터질 듯 농염한 여인네의 유방과도 같고 ‘양귀비 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이 리비도로 함축된 것이다.

▲ 흰 동백 앞에 선 김용균 시인. 동백은 그의 마음을 빼앗아 갔다.

김시인의 동백꽃에 대한 이미지는 제주도에 있는 동양 최대의 동백정원 ‘카멜리아 힐(Camellia Hill)’에서 연유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동백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거든요. 동백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져요. 사시사철 푸른 잎, 눈 속에 피어내는 붉은 꽃, 몇 백년을 흔들리지 않는 깊은 뿌리, 어떻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어요?”

들어 보니 지조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적 언어를 통한 그의 인식과 태도를 유추해 보면 지조보다는 관능이다. 굳이 표현한다면 황진이의 지조와 관능일 터이다. 이런 평에 대해 김시인은 펄쩍 뛸지 모르겠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언어가 시인의 체험을 표현하는 수단임에도 그는 해부학적으로 뒤집어 형상화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몇 백년을 흔들리지 않는 깊은 뿌리’ 보다 ‘눈 속에 피어내는 붉은 꽃’의 관능미를 강렬한 색조로 진술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그의 언어는 낭만성과 통속성을 양립하여 독자들과 만난다. 전반적으로 언어의 힘을 응축하려 애를 쓴 흔적들이 보인다. 서정성을 매개로 한 그의 글은 아름답고 진솔하다. 그러나 폭발력이란 면에 국한해 본다면 응집력이 약해 보인다.

그는 시인이기 때문에 언어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법조문에서 일렁이는 언어든, 시집에서 반짝이는 언어든 죽을 때까지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대부분 존재론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때 깨달음이란 이러한 존재론에서 연기론으로 전환하는 것일테다. 그러나 사람들은 존재론적인 언어로는 이를 적절히 표현할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의 ‘환력기도(還曆祈禱)’란 시를 살펴보면 무애(無?)의 길 초입에 서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

영원과 절멸絶滅.

허튼 분별을 짓고

하염없이 흔들렸으나,

양망兩忘,

비로소 하늘이 허락해줄

자유여!

 

환력이란 예순한 살이다. 인터뷰에서“‘환력기도란 시가 의미심장한데요. 인생을 정리한 것으로 봐도 되는지요?”하고 물었더니 대경실색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겨우 환갑의 나이에 인생을 정리하다니요? 참다운 인생, 저다운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믿고 싶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고, 저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솔직히 마음에 와 닿더군요. 환갑은 삶의 유한성을 문득 느끼게 되는 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삶과 죽음을 굳이 분별하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보자는 생각에서 젊은 날 꿈꾸었던 시를 감히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김시인은 정색하고 답하면서도 떠나가는 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덧없는 인생이 몸에 처연하게 달라붙는 것 같다. ‘먼지를 털고 부처를 본들 부처 또한 먼지인 것을’ 그는 실감하는 것일까? ‘친구의 빈소에서’란 시는 그의 아픔을 눅눅하게 전하고 있다.

가을비속에 황망히 떠난 친구를

마지막 작별하려고 쫓아와,

친구의 선한 웃음 아래

국화꽃 한 송이씩 올려놓고

(중략)

늙는다는 것은,

서리를 맞고 뚝뚝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삶의 유한有限이 문득 두려워도,

된서리 속에서조차 망물망울 피어날

국화꽃 신비를 기다리는 일이다.

꽃잎은 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

김시인은 순수한 의식과 진정성을 되묻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게 안정감을 주고 삶에 대한 애착을 건져 올리는 언어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세상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펼치는 내적 동인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김시인은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진실로 위하고 아끼며 사랑하고, 또 우리를 안고 있는 자연을 사랑하는 일,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기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산을 오른다. 산은 사랑하는 방법과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는 산을 찾으면 좋은 생각들과 느낌들이 일어나 망외의 선물로 얻게 된다고 말했다. 산이 너무 좋아 아예 집을 대모산(서울시 강남구 개포동과 일원동에 있는 산) 밑으로 옮기고 시도 때도 없이 오르내리면서 여산(如山)이라는 자호까지 지었다.

김시인은 요즘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졌다. 대게 예순을 넘으면 자주 손이 가는 논어나 도덕경 등 각종 동양고전과 여유당전서 등 우리의 고전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김시인은 인생의 지침은 역시 ‘호고(好古)’의 정신을 좇아 옛사람의 지혜에서 구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그의 시에는 ‘몰락한 역적 가문에서 애처롭게 태어나~’로 시작되는 ‘충무공’ 이란 시와 ‘외로운 길손 하나, 무엇을 찾아 허둥지둥 서성이는가.’로 끝나는 ‘다산 선생을 기리며’라는 시가 보인다.

그는 이 두 사람과 세종대왕을 존경한다고 한다.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은 모든 위정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또 충무공의 청렴과 봉공정신, 다산의 신독(愼獨)과 민본사상은 우리 삶의 지표이자 이 나라를 지켜온 얼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세세히 밝혔다.

특히 그는 법관으로 일하면서 다산 선생의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라는 가르침을 소중한 덕목으로 삼았다. 이는 ‘재판하는 일의 근본은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데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 연유로 평소 선생의 삶과 사상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틈틈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충무공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장군이 세운 23전 23승의 전적 중 가장 처절했던 명량해전은 고작 12척의 배로 133척이나 되는 적군의 대선단을 무찌른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죽음을 불사하고 자신의 몸을 내던져 백척간두의 나라를 구하고도, 장군은 그날 난중일기에 “이것은 실로 천행이다.” 이렇게 단 한 마디를 남겼지요. 이처럼 마음 찡한 시가 또 있을까요?“하고 반문했다.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재판을 통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서로 다투는 당사자들 사이에 법적 평화를 찾아주는데 부족한 지혜가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것과 변호사가 되어 누군가의 아픔을 마음으로 함께 나누고 일로써 도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실제로 도우는 일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 ‘연탄나눔’은 서울 중계동 달동네에서 연탄봉사 배달을 마치고 쓴 글이다. 이 시는 ‘고작 연탄 몇 장을 너무 큰 선물로 받아주어 고맙습니다’ 로 시작하여 전체 단락에서 ‘고맙습니다’란 말이 되풀이 된다.

‘받은 사람’이 고마운게 아니라 ‘준 사람’이 고맙다는 것이다. 이런 도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낮은 자세로 벼려나가지 않으면 절대 나타나지 않는 발심이다. 자신을 위하여 깨달음을 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도 깨달음으로 향하게 한다는 이타행(利他行)의 정신인 것이다. 그가 ‘연탄은행’ 홍보대사로 일해 오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 연탄 나눔봉사는 그에게 이타행(利他行)의 삶을 가르쳐 줬다.

‘쌀 한톨’ 이란 시도 연탄나눔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침 밥상에 앉아 쌀 한 톨을 바라보다가 햇빛, 물, 바람 그리고 수많은 밤을 지켜준 별들까지, 무량한 자연의 덕을 까마득히 잊은 채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는’ 이 시는 ‘쌀 한 톨이 정작 무구한 가난들이 눈물 삼킨 덕인 줄 아예 눈감은’ 자신에게 죽비를 내리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오늘 그 누구에게 쌀 한톨만 한 덕이라도 될 것인가?’하고 자책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대부분 스스로 일한 만큼 쌀을 얻는 것이 올바른 이치이고, 또 그 쌀이 당연한 자신의 몫이요, 권리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그 쌀은 다른 사람이 내게 양보한 것일 수 있고, 내가 그 쌀로 배부른 때문에 내 이웃이 배를 주리고 있는 줄은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김시인은 자신의 삶을 더욱 탄탄하게 해주는 것으로 책, 길, 벗, 세 가지를 꼽았다. 책은 삶을 깊이 있게 하는데 필요하고 부지런히 길을 걸으면 절로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벗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고 말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들에게 특히 자식들에게 늦은 나이까지 공부에 매여 고생하고 있는데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세상의 중심이 자기로부터 타자에게로 점점 이동하고, 바로 그 때문에 마음이 순해지고 착해지는데 늙어감의 매력이 있다’는 故 장영희 교수의 말을 전하며 마무리 했다.

■ 김용균은?

피겨선수 김연아를 좋아하는 그는 전라북도 익산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후, 공군법무관을 시작으로 서울북부지방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들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 여름부터 연탄은행 홍보대사를 맡아 서민과 소외층들에게 연탄을 나눠주는 나눔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으며 ‘숲길에서 부친 편지’(서간집), ‘소중한 인연(독서노트) 등이 있다.

▲ 김용균 시집 ‘낙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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