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골 뒤골목 가게 가마솥은 1백명분은 족히 나올듯
(7) 시골 뒤골목 가게 가마솥은 1백명분은 족히 나올듯
  • 신아일보
  • 승인 2014.03.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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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국밥 재료비 걱정에 아들 "작은 가마솥 어때요"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난 호걸이를 불러 노트와 볼펜을 가져 오라 일렀다. 어머니께서 부르는대로 받아 적어 내려갔다.

첫째, 가마솥에 끓이지 않으면 그 맛을 못낸다. 둘째, 파 마늘 등 재료가 엄청나게 들어간다. 셋째, 사골뼈 물과 소고기양지고기 육수를 쓰되 맹물은 단 한방울이 들어가도 안된다. 넷째, 양지고기를 쪽쪽 찟어서 1인분씩 뚝배기에 담아서 팔팔 끓여 따끈 따끈하게 내놓아야 한맛 더난다. 다섯째,양념은 순토종을 써야한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걱정거리가 생겼다. J씨 가게를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죽은 가게요.시골 한적한 뒷골목에 있다. 가마솥 가득 끓이면 아마 1백인분은 나올텐데 만일 못팔아 남아 돌면 나머지는 버려야 되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팔푼이가 보아도 성공할 확율보다 망할 가능성이 더 많은 메뉴다.

고깃집이야 한 10인분 냉장고 넣어두었다가 손님이 원하는데로 내주고 모자라면 식육점에 가서 사와서 팔면 되지만 이건 사정이 다르다. 쉽게 말해 재료비가 만만찮다. 고민 끝에 다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무이요 안되겠네예 도저히 장터국밥은 무린거 같심더’

‘머라카노 야가 시골구석에 있는 식당 성공시킬라 카모 그 정도 음식 아이모 일찌감치 미안하다카고 때리치아뿌라’

‘하이고 이제 와서 우째 그만둔다 캄니꺼. 그러나 전 저만 바라보고 희망의 꿈을 꾸고있는 분들께 차마 ‘내 몬하겠슴니더.’ 소리를 우째 합니꺼? 못하겠십더’

‘아이고 이노무 자석아 누가 니 보고 나서라 카더나. 그래 그라마 니 멋대로 하거래이’

전화를 끊고 나서도 머리속은 파리떼가 왱왱 거리는 것처럼 복잡했다. 어디 나갔다 들어오던 호걸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소머리국밥만 하먼 안됨니꺼”

“호걸아 소머리국밥집 널리고 널맀다 아이가 또, 누구든 흉내 낼수 있다 아이가. 근데 장터국밥은 가마솥에 한솥을 낄이기 때문에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넘들이 흉내를 못내고 그맛을 또 흉내를 몬내는기라. 아이구 머리야 골이 띠잉 하다”

나는 방에서 나와 집 건너편 북한강과 노적봉을 바라보며 “우야꼬, 우짜꼬, 우짜면 존노?하며 쉴새없이 중얼거렸다.

근데 답은 다른데서 나왔다. 가마솥이라면 무조건 큰것만 생각하고 있더 나에게 작은아들 호진이가 다가와서는

“아빠 가마솥 작은거는 업서예?” 하는 것이었다.

“호진아 니 지금 머라켄노? 가마솥 작은거? 그래 바로 그기다! 호진아 고맙다”

난 호진이 뽈때기에 사정없이 뽀뽀를 했다. 허구헌날 내가 하는 소리??고정관념을 안깨고는 신세계를 맞을수 엄능기라??알겠나?” 하면서 큰소리 빵빵 치든 제가 작은아들 호진이에게 한방 먹고 정신을 차린 거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결과는 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