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과의 말 듣는 게 마지막 소원"
"진실한 사과의 말 듣는 게 마지막 소원"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4.03.30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 피맺힌 증언…남북토론회 '숙연'
▲ 지난 29일 중국 선양에서 개최된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남북해외여성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증언하고 있다.

[신아일보=오규정 기자] "일본은 사죄받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 있을 때 잘못을 빌어야 합니다. 배상을 원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 진실을 말해달란 겁니다."

올해 87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사진>.

길 할머니는 고령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남북한 민간단체들이 주축이 돼 지난 29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개최한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여성토론회에 참석,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증언했다.

13살이었던 1940년 중국 하얼빈(哈爾濱)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할머니는 성병이 심해져 더는 일본군을 상대할 수 없게 된 뒤에야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그러나 1942년 다시 중국 스자좡(石家庄)으로 끌려가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위안부로 살다가 1945년 해방 후 인천으로 귀국했다.

북한 자강도 희천이 고향인 할머니는 "아무리 잊으려 해도 일본 군인들한테 당했던 일들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자식도 못 낳고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 하나 못 해보고 음지에 숨어서 평생을 살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죽기 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한 마디라도 사과의 말을, 진실한 사과의 말을 듣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들의 성범죄와 잔혹한 폭력에 시달렸던 아픈 기억을 꺼내자 토론회장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북측 토론 참가자인 리현숙 조선불교도연맹 전국신도회 부회장은 토론에서 "길 할머니가 한 피눈물 나는 성토를 들으니 정말로 피가 거꾸로 솟고 가슴 터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

길 할머니는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열리는 수요집회에 나가 일본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