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책없이 살아가는 유퉁대책위원회 회장님이신 어머니
(6) 대책없이 살아가는 유퉁대책위원회 회장님이신 어머니
  • 신아일보
  • 승인 2014.03.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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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고 구수하고 시원하고 담백한 장터국밥을 해봐라"

[신아일보=유퉁의 울퉁불퉁 인생]

 

난 이쯤되면 어머니께서 대책을 마련해 주실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김남순, 어머니의 이름이다. 이름처럼 걸찍하시고 내가 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그런 어머니를 난 회장님이라 불렀다.

대책없이 살아가는 유퉁대책위원회 회장님, 유퉁후원회 회장님, 유퉁하고 싶은 것 다 해주시는 회장님께서는 부산에 해물된장 뚝배기 식당을 최초로 개업하셨고, 쌈밥집을 최초로 개업하신 분이다. 30년 음식솜씨에 눈썰미도 끝내 주시지. 음식하나는 똑 소리 나게 하시는 맛도사라 부르기에 부끄러움이 없다.

부산 광안리 뒷골목은 지금은 화려하지만, 어머니께서 쌈밥전문점 “사물놀이 퉁이네” 라는 상호로 쌈밥집을 시작하실때만 해도 누가 나올까 겁이나서 밤에는 잘 다니지도 않던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이 깜깜한 뒷골목을 맛 하나로 주름 잡으신 분이 우리 어머니다.

이튿날 날이 채 새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옳다구나 엄마다.’

난 신이 나서 송수화기를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지난밤 잠 못 이루시며 생각하신 것들을 내게 모두 말씀하셨다.

‘야야~ 경원아(집에서 부르는 내이름이다), 니 생각이 맞다. 설렁탕 곰탕 잘하는 집은 2대,3대째 장사를 해도 장사가 잘되더라. 한국 사람은 국이 없으모 밥을 못뭉는다 아이가, 곰국 전문으로 하는데 서울쪽은 소머리국밥이 유명하니까 소머리국밥을 하나하고 하나는 장터국밥을 해봐라.’

장터국밥이 뭐꼬?

아니? 이게 무슨소린가? 소머리국밥이야 많이 먹어본 음식이지만, 장터국밥이라니?

‘어무이요 장터국밥이 먼데요?’

‘내 외할매가 옛날 의령장터에서 장날 국밥집을 했는데, 그기 그래 맛있더라’

‘우리 외할매가 의령장터에서 국밥집을 했다꼬요? 어무이요 참말인교?’

‘니 외할매가 아이고 내 외할매가 장터국밥장사 했다 말이다, 내말 똑바로 들어라, 삼천포로 빠지지 말고’

‘예~ 어무이 알겠슴니더. 근데 그 장터국밥인가 하능거 우째 만드능긴데예? 그라고 맛이 우떻슴니꺼?’

‘얼큰하고 구수하고 시원하고 담백한기, 마 한마디로 대낄인기라.’

‘대낄’이라는 이 말은 어머니께서 무엇을 말씀하실 때 최고일 때만 쓰시는 표현이다. 그 말을 듣는순간, 무언가 머리에 떠올랐다. 얼큰하고 구수하고 시원하고 담백한 그 맛, 그러고 보니 어릴 때 어머니께서 가끔 해주시던 그 맛이 생각났다. 입안에 군침이 돌면서 한입 가득 고인 침을 나는 꿀꺽 삼키며 다시 물었다.

‘엄마 그장터국밥은 우째 만드는지 아심니꺼?’

‘알지 알고 말고.’

‘그라마 퍼떡 가르쳐 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