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드레스덴 ‘통일 이앙지(移秧地)’될 것인가
獨 드레스덴 ‘통일 이앙지(移秧地)’될 것인가
  • 헤이그/조명애 EU특파원
  • 승인 2014.03.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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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콜 서독총리, 독일 통일 연설 지역으로 유명
▲ 독일통일의 상징 -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와 독일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한 박 대통령은 26일 독일 베를린으로 가 독일 통일의 상징이자 분단시절 동서독의 경계로 세계의 유력 지도자들이 방문하거나 연설했던 브란덴부르크문(사진)을 시찰한다.

박 대통령‘통일 독트린’ 앞두고 전세계 관심 집중

[신아일보=헤이그/조명애 EU특파원] 독일의 드레스덴이 ‘통일 이앙지(移秧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드레스덴은 1989년 12월 베를린 장벽 붕괴 후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가 동독 주민 앞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연설을 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이런 상징성과 의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한국’의 구체적 청사진, 포괄적인 대북 지원 및 통일 협력 방안, 국제 사회와의 통일 협력 강화 방안 등이 담길 이른바 ‘드레스덴 통일 독트린’을 이곳에서 선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0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발표한 이른바 ‘베를린 선언’ 이후 14년 만에 이어지는 통일 독트린 릴레이다.

드레스덴은 역사적으로는 상처가 많은 도시다. 18세기 중반 일어난 7년 전쟁 때 프로이센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됐으며 나폴레옹도 이 도시를 작전기지로 삼고 연합국을 상대해 큰 손상을 입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미·영 공군의 맹렬한 폭격으로 시가지는 거의 궤멸됐다.

이 지역이 반 공산당의 전초기지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동독정권은 이 도시를 복구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그러다 보니 서독 방송 청취는 물론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까막눈이었다.

그러나 동독정부의 현란한 프로파간다가 상당 부분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곳 주민들은 동독 그 어느 지역 주민들보다 더 강력하게 자유를 갈구하게 됐다. 동독의 반정부 시위는 1989년 9월 4일 라이프치히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평화적 시위가 동독 전역으로 파급된 것은 드레스덴을 통해서였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의 드레스덴 연설은 불안에 떨던 사람들의 생각을 바꿨다. 작가 토마스로젠뢰혀는 “이날부터 동독은 존재하기를 중지했다. 그들은 연방수상에게 동독을 넘겨주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콜 수상은 나중에 “(당시)통일이 시작되는 기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 박대통령이 학위 수여 연설에서 발표할 독트린은 전세계인들에게 한반도 통일의 기운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

이번 선언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대북 제안 수위다. 당시 베를린 선언에서는 남북 당국의 직접적인 경제협력 논의, 냉전 종식과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특사 교환 등이 포함됐었다.

박대통령은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지고 있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한 세월, 그리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경험들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단단한 껍질같아 보이나 속살은 부드럽다. 상대가 진정성이 있고 원칙을 고수한다면 확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일단은 남북 현안을 풀기 위한 특사 교환이나 고위급 접촉을 조심스럽게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비무장지대 평화공원도 연내에 착수하는 만큼 이 지역내의 ‘남북간 평화 공동 음악회’ 같은 문화행사도 기대해 봄직 하다. 문화행사는 시민이나 학생 뿐 아니라 군인들도 참여하면 더욱 뜻 깊을 것이다.

통일부가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북한 산림녹화를 위한 초보적 수준의 신규사업이나 농림축산식품부의 남북 공동영농단지 조성안 등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질감이 유난한 청소년에 대한 통일 교육을 위해서 남북한이 새로운 모색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이런 것이 잘 진전된다면 박대통령은 ‘통큰 양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송한울 박사는 “구체적인 통일 실천방안은 정부 보다 민간이 주도가 돼야 한다”면서 “사회 각계 인사를 참여시켜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레스덴 레지던츠성에는 ‘군주의 행렬’이란 벽화가 있다.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이 벽화는 35명의 군주가 말을 타고 행진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박대통령도 이들과 함께 행진하며 통일 한국시대를 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