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러시아화’ 급속 진행…우크라군 철군
크림 ‘러시아화’ 급속 진행…우크라군 철군
  • 주영준 기자
  • 승인 2014.03.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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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크림지역 군병력 등 2만5천명 ‘대피’… “사실상 항복”

크림, 우크라 해군기지 장악·해군사령관 억류

[신아일보=주영준 기자]크림 자치공화국과 러시아 간의 합병조약 체결 이후 ‘크림의 러시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크림 당국과 ‘자경단’은 우크라이나군 기지를 공격하고 해군 사령관을 억류하는 등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에서 군 병력과 민간인 등 2만5천명 철수 계획을 밝히는 등 ‘백기’를 들었다.

19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공화국 내에 있는 자국 군대와 가족 등을 대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위원장)는 “크림반도에 있는 우리 군 장병과 가족들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우크라이나 본토로 이동시킬 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군병력과 민간인을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유엔(UN)이 크림반도 일대를 ‘비무장지대’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미국·영국 등과 합동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크림반도 내에 배치됐던 우크라이나 군 병력과 관련 민간인 등 모두 2만5천명이 우크라이나 본토로 ‘재배치’되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크림에서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NYT는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NBC방송에서 미국이 현 사태에 대해 군사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철군’ 결정은 크림 주둔 우크라이나군이 크림공화국 ‘자경단’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군인들에게 쫓겨나는 등 통제권을 내주는 상황이 잇따라 발생한 데에 뒤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크림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무장세력에 축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어를 하는 군인들은 이날 세바스토폴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해군 기지를 장악하고 세르게이 가이둑 해군사령관과 일행을 억류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가이둑 사령관이 크림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또한 심페로폴과 세바스토폴 사이에 있는 바흐치사라이의 우크라이나 해군 수송시설도 장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우크라이나군 장성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림에서 공식적으로 항복을 선언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크림 세력에 포위된 우크라이나군의 투항이 불가피하며, 실제로 상부의 지휘를 받지 못하고 무기도 없어 스스로 부대를 떠나는 군인들이 있다고 전했다.

WP도 우크라이나군 상당수가 별다른 저항 없이 크림 당국에 항복했다면서 이들이 크림에 남아 러시아군 편입을 선택할 경우 또다른 긴장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보유한 함정도 절반 가량 러시아에 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는 러시아 해군 제독 출신 하원 국방위원장인 블라디미르 코모예도프를 인용, 우크라이나 해군 소유 함정 40여 척 가운데 절반가량이 크림공화국의 세바스토폴과 도누슬라브 만에 정박 중이며, 이 함정들의 통제권이 러시아 흑해함대로 이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19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크림반도의 ‘긴장완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쇼이구 국방장관은 또 20일 크림반도의 친러파 지도자들에게 현재 억류된 세르게이 가이둑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관을 풀어줘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