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사태, 한반도에 악영향 미치나
크림반도 사태, 한반도에 악영향 미치나
  • 주영준 기자
  • 승인 2014.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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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 시대…다른나라도 모방 위험성 인도차이나반도 공산화 상기 시켜
▲ 크림 합병조약 서명후 악수-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조약 서명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2번째)이 크림 지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왼쪽부터 세르게이 악쇼노프 총리,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국회의장, 푸틴 건너 알렉세이 찰위 세바스토폴 시장. 사진/AP·연합뉴스

[신아일보=주영준 기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와 크림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세계는 신냉전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소 부산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서구 언론들은 푸틴의 이번 합병 조약 체결을 소련 해체 이후의 국제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냉전’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소련 해체 후 4반세기 가까이 지속돼온 국제질서에 직접적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신냉전이라 부를만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크림 반도가 곧 한국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만약 미국이 국제적인 의무 실행 의지가 결여됐다는 인식을 심어줘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접수를 기정사실화 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게 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 경우 “김정은이 서해에서 군사도발이 성공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느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빅터 차는 푸틴의 행위가 위험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라면서 해결책으로 한·미 군사훈련과 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꼽았다. 그리고 “크림반도서 발생한 것과 같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지역 모든 국가들의 영벌적(永罰的) 대응을 자초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3국 간의 관계에 균열이 있다고 북한이 판단하지 못하게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이 행동을 통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빅터 차의 이같은 분석은 망각했던 우리의 기억을 전율이 일도록 강하게 되살아나게 만든다. 바로 1975년 4월에 일어난 캄보디아와 베트남 공산화다. 이 사태로 인해 아시아지역에서의 도미노식 공산화가 우려됐다.

김일성은 바로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 “만일 남조선에서 혁명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단일민족이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팔짱을 끼고 있지 않고 남조선 인민을 적극 돕겠다”며 전쟁불사 선언을 했다. 그 전해에 기습용 땅굴이 처음 발견됐으며 바로 1달 전에 2차 땅굴이 발견돼 전쟁위험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소시키고 있었고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 역시 줄여나가고 있었다. 이 양대 고리는 북의 남침공격에 호재였음에 틀림이 없었다.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는 빅터 차의 분석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은 최근 기세가 살아난 듯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쏘고 있으며 핵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자칫 크림반도 사태를 오판해 한·미·일 동맹을 시험하려 들 수도 있다. 중국의 지원이 신통치 않으면 러시아로 뛰어갈 수도 있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도 러시아의 행보를 두고 “2차대전으로 이어진 국수주의적 열망이며 현 상황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에 고립된다면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을 것이다.

1994년 구 소련시절에 배치했던 핵미사일 176기와 핵 탄두 1800기를 우크라이나가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할 때, 미국, 영국, 러시아 3개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담보하는 조약을 체결했으며 아직 유효하다. 그러나 푸틴은 미·영을 무시하고 보라는 듯이 집어삼켰다.

푸틴은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좌초시킨 인물이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독재적이다. 정보국 출신이어서 세계정세에 밝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약속같은 것은 바로 내팽겨칠 것이다. 이것이 빅터 차의 경고가 무심히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하루빨리 한·일간 긴장사태를 해소하고 한·미·일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 

한편, 오스트리아 빈 대학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국제사회가 러시아 영향권인 크림 반도에 러시아의 개입을 용인한다면, 중국이 자국 영향권에 있는 북한에 개입했을 때에도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이 중국에게는 전례(前例)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크림 사태는 우리에게 죽비같은 교훈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