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귀속' 투표 D-1…군사적 긴장 '일촉즉발'
'러시아 귀속' 투표 D-1…군사적 긴장 '일촉즉발'
  • 주영준 기자
  • 승인 2014.03.1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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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5만여명 우크라이나 개입 반대 시위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 병합할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15일(현지시간)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이날 러시아군 공수부대원이 크림반도 바로 위 헤르손주(州)에 침투했으며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를 격퇴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 도시에선 시위대 간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사망했다.

크림 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선 크림의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막판 선전활동이 벌어졌고 시내 주요 관청 앞에는 장갑차와 중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서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어 러시아를 압박했으며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5만여명이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 귀속' 투표 D-1…군사적 긴장 '일촉즉발'

크림 정부는 16일 시행하는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날 '정적의 날'을 선포해 선거운동을 금지했다.

그러나 심페로폴 시내 레닌 광장에선 크림의 러시아 귀속 투표를 지지하는 연주회가 열리고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크림과 러시아의 유대를 강조하는 연설을 하는 등 막판 선전활동이 벌어졌다.

크림 반도의 유권자 150만명 가운데 러시아계가 60% 이상으로 투표 결과 러시아 귀속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정부 총리는 이날 투표 참여를 독려하면서 "모두 함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선택을 하자"고 호소했다.

심페로폴 시내 주요 관청 앞에는 장갑차가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표식이 없는 군복을 입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경계를 펼치고 있다.

크림 반도 안은 비교적 차분했지만 주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크라 국방부 크림 지부는 "전날 밤부터 러시아 군인들이 크림반도 북부의 잔코이 지역으로 100여대의 군장비에 나눠타고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잔코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대륙에서 크림반도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지역이다.

또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러시아군 공수부대원 40여명이 헬기를 이용 크림반도 경계에서 10㎞ 북쪽으로 떨어진 헤르손주 스트렐코보예 마을에 공중 침투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측의 침투 시도를 격퇴했다고 주장했으나 교전이나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의 평화로운 국민을 지켜달라는 많은 요청을 받고 있다"면서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발표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침략을 막고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군대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는 이날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으며 낙하산 부대와 지상군을 동원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만약 러시아가 크림에서 한 것에 더해 우크라이나 남쪽 경계도 건넜다면 이는 아주 충격적인 긴장 고조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지역에서는 친러 시위대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반러 무장세력 간 총격전이 벌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뉴스채널 '라시야24'는 이 사건을 전하면서 우크라이나 극우 단체인 '우파진영' 소속 무장 세력이 하리코프 시내 건물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친러시아계 시위대 간에 총격이 오가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가 임명한 이고리 발루타 하리코프주(州) 주지사는 하리코프 시내 무력 충돌이 친러 진영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에도 하리코프 인근의 도네츠크에서 시위대 간 충돌로 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네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행은 최근 동부에서 잇따르는 무력 충돌에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투르치네프 대통령 대행은 이날 "동부에서 어떤 세력이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크렘린에서 보낸 요원들이 이를 조직하고 자금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크림 자치정부 의회를 폐쇄하기로 의결했다.

◇러, 유엔 결의안 거부…모스크바서 '러' 개입 반대' 시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효력을 무효화하려는 결의안을 표결했으나 예상대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됐다.

미국의 요청으로 열린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체회의에서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중국은 기권했고 나머지 13개국은 찬성했다.

결의안은 크림의 주민투표는 효력이 없으며, 각 국가들과 국제기구는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한데도 미국이 결의안을 상정한 것은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자치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유엔 외교가에서는 실제로 중국이 이날 반대가 아닌 기권을 함에 따라 '러시아 고립'이라는 미국 등 서방의 의도가 일정 정도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는 러시아를 고립시키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은 흑해에서 군사 훈련을 더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핵 추진 미사일 구축함 'USS 트럭스턴' 사령관은 이날 동맹국들과 함께 흑해에서 합동 훈련을 좀 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SS 트럭스턴'은 지난주부터 루마니아, 불가리아 해군과 함께 흑해에서 합동 훈련을 해 왔다.

프랑스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스트랄 상륙함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군사 협력 문제는 3차 제재 수단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상륙함 수출을 제재 수단에 포함하는 것을 꺼려왔으나 올랑드 대통령이 이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모스크바 도심에서는 이날 5만명 가량이 러시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면서 "러시아의 크림 점거는 러시아의 불명예다.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고 외치는 등 푸틴 정부의 크림 반도 점거에 항의했다.

이들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축출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사용했던 구호를 연호했으며 지난 2011년과 2012년 반(反) 푸틴 시위가 벌어졌던 사하로프 대로를 행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