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 두 토끼 잡은 벽안의 여사장
'일과 육아' 두 토끼 잡은 벽안의 여사장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4.03.11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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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년 맞은 브리타 제에거 벤츠 코리아 대표

▲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신아일보=이은지 기자] "남편과 한 팀으로 뭉쳐서 세 쌍둥이를 키웠습니다. 제가 오늘의 위치에 있는 건 아이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3월 낯선 한국 땅에 들어와 부임 1주년을 맞은 브리타 제에거(45·여,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세 쌍둥이의 엄마다. 올해 우리 나이로 13살이 되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최근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제에거 사장은 1조원대 매출의 회사를 이끄는 '워킹맘'이지만 육아의 고단함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묻어나지 않는 밝은 인상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그의 경영 실적은 여러모로 개인사에 관한 궁금증도 불러 일으킨다.

예상은 빗나갔다. "남편(한국말로) here(한국에 있어요), kids too(아이들도 같이 있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 그러면서 혁혁한 실적의 공을 벤츠 코리아 직원과 딜러들에게 돌렸다.

겸양이 짙게 밴 태도는 궁금증을 더욱 자극했다. 국내에선 일과 육아의 병행 문제가 정책 화두가 될 정도로 심각한데, 비결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에서였다. 자연스레 질문은 그가 글로벌 유력 기업의 임원으로 성장한 독일 근무 시절로 옮겨갔다.

"비결이라고 따로 말씀드릴 건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변호사로서 업무에 나름 여유가 있는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줬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자신이 세 쌍둥이를 먹이고 등교시킨 뒤 출근하면 오후에 남편이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봤고, 그래서 직장을 다닐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본사의 배려도 도움이 됐다.

주말에는 업무를 잊은 채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는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제가 재충전이 됐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향후 2∼3년간 연구개발 센터 건립 등에 1천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한 제에거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라며 "이 시장에서 많은 걸 배워야 하고, 성장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